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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공론화위, 파란만장했던 89일의 장정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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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동안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던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오전 공론조사 발표를 끝으로 장정을 마무리한다. 공론화위는 출범부터 발표까지 계속 논란의 중심에서 파란만장한 행보를 걸어왔다.

이번 공론화위는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사실상의 첫 공론화위였다. 물론 과거에도 2007년 부산 북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2015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두고 공론조사를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번 공론조사만큼 규모가 크지 않았고, 찬반 양측의 대립도 심각하지 않아 별 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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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사무실에서 위원회 10차 회의가 김지형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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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화위의 설립이 결정된 건 지난 6월27일이었다. 정부는 당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신고리5·6호기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하고 공사 여부를 공론조사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건설중단이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지만 지역경제, 지역주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약 그대로 중단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 그 결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당장 법에 근거하지 않은 '초법적' 결정이라는 주장에서부터 국가 에너지 정책 결정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의 손에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3개월의 공론조사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의견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공론화준비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론화위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총리훈령 제정, 예산확보, 공론화위원 선발 등 작업을 속전속결식으로 진행했다.

7월24일 공론화위원장으로 대법관 출신 김지형 변호사가 위촉됐다.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장과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공론화 위원 8명은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2명씩 위촉됐다.

중립성 확보를 위해 위원 선정 과정에서부터 건설중단 측과 건설재개 측 양쪽 대표 단체들에 후보자 명단을 주고 편향성 소지가 있는 인사는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공론화위는 이후 매주 1회 전체회의를 열어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정부 권고안을 의결하는 20일의 마지막 회의는 14차 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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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 결과 발표때까지 부산시청 앞에서 농성 돌입 탈핵부산시민연대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부산시민운동본부는 공론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16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지화 촉구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34;공론화위원회가 결과를 발표할 오는 20일까지 부산 시민의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염원과 의지를 강력한 실천의 방법으로 부산시청 앞 야외 농성을 통해 알릴 것&#34;이라고 밝혔다.송봉근 기자 (2017.10.16.송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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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회의 후 브리핑에서 혼선이 제기됐다. 공론화위가 "공론조사와 배심원제가 상당히 다른 방법인데 혼용됐다. 처음에 오해가 있었다. 우리는 공론조사 방식을 따르고, 조사 대상자들이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최종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가 책임 및 결정의 주체라는 건 변함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고, 공론화위는 3차 회의에서 "공론화위는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공론결과를 권고의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라고 역할을 명확히 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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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재개 촉구 범국민대회’가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렸다.‘신고리 5ㆍ6호기 건설중단 반대 범울주군민 대책위원회’가‘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원자력살리기국민연대’‘탈원전반대시민모음’ 등과 함께 500여명이 참여한 개최한 이날 대회에서는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부당성과 불법성을 성토하고, 안전과 환경ㆍ국력 손실 등 탈원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20170927.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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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4일 조사용역업체로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그 다음 날부터 곧바로 1차전화조사가 시작됐다. 9월10일까지 15일간 2만6명 응답을 받았고, 9월11일에는 시민참여단 참여를 희망한 5981명 가운데 500명을 선정했다.

9월16일 천안 계성원에서 개최한 오리엔테이션에는 전국에서 478명이 참석해 공론조사에 대한 설명과 건설중단 및 재개 양측의 발표를 들었다. 이후 추석연휴를 포함해 약 한 달 간의 숙의(熟議) 과정이 이어졌다.

공론조사가 아예 무산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할 자료집과 동영상강의를 제작하는 과정에 건설중단 측이 "불공정하다"고 반발하며 '공론화 참여중단(보이콧)'을 논의한 것이다. 또 공론화위가 전국 순회 토론회를 진행하던 중 정부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건설재개 측 발표자로 나설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되자 건설중단 측이 재차 '보이콧'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두 번의 위기 모두 타협이 이뤄져 공론조사 무산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이 와중에 자료집 초안 유출논란까지 제기됐고, 김 위원장이 '공정성 논란 등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분열과 대립이 아닌, 통합과 상생을 위한 격조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간난신고 끝에 시민참여단은 지난 13∼14일 계성원에서 열린 2박3일 종합토론회에 참석해 3차 조사와 최종 4차 조사까지 무사히 마쳤다.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시민참여단은 471명, 참석 대상 대비 98.5%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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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운명 판가름할 토론 신고리 원전 5,6호기 운명 판가름할 토론 (천안=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이 결정될 공론화위 종합토론회에 13일 충남 천안 계성원서 열렸다. 토론회 참석한 시민참여단이 토론회 진행 방식과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2017.10.13 youngs@yna.co.kr/2017-10-13 20:47:08/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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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참여단은 총 4개의 세션에서 양측 발표자 발표를 청취한 뒤 48개조로 나눠 분임토의, 질의응답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숙의 절차를 거쳐 최종 4차 조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날 최종 권고안 의결을 끝으로 장정을 마무리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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