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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팩트체크]日 ‘후쿠시마산 수산물’ 밥상에 오를까…불안한 당신을 위한 팩트체크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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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분쟁조정 1심 패소에 수입재개 논란

한국 정부 상소하면 최종심 1~2년 소요

전문가들 "결과 낙관 어렵다"…공포 해소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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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에 대해 휴대용 방사선 검사기로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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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산(産) 수산물이 한국 밥상에 다시 오를까. 일본과의 분쟁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한국 패소 결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WTO에 상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은 얼마나 큰지, 본격적인 조치는 언제 취해지는지 등을 민관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알아봤다.

상소→최종 패소→명령 이행까지 1~2년 소요


당장은 수입 재개가 시작되지 않는다. 남은 절차가 빨라야 내년 말, 늦으면 2020년 초 끝날 전망이다. WTO 분쟁해결 절차는 두 번의 심리를 거친다. 이번에 한일 양 당사국에 전달된 패널 보고서는 1심 결과다. 정부가 즉각 “상소하겠다”고 발표하며 여론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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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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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에 먼저 전달된 1심 영어 보고서는 나머지 2개의 공식 언어(프랑스어ㆍ스페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 전체 회원국 회람용으로 공개된다. 1995년 정립된 WTO의 분쟁해결 모델은 2주 내 회람을 원칙으로 정했다. 하지만 분쟁국 간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이 기간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에는 판결문 분량이 수백~수천 페이지로 많아진데다 번역도 엄밀하게 요구하는 추세라 회람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린다”고 전했다. 신정훈 산업부 통상법무과장은 “아직 정확한 일정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내년 1월 이후에 보고서가 공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소심(2심)을 받으려면 보고서 회람 후 60일 내에 WTO 상소기구에 상소의향서를 제출하면 된다. 상소심 심리는 90일 내 끝내는 게 원칙인데 이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7명으로 구성된 WTO 상소기구 위원 중 현재 2자리가 공석이다. 지난 7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과 함께 WTO직을 사임하면서 공석이 늘었다.

오는 12월에 한 명 임기가 추가 만료돼 7명 중 3명이 공석이 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상소심 결과까지는 최소 6개월~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안 교수는 “이미 상소 케이스(사건)가 많이 밀려 있는 상태라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종 판결이 나온 뒤에도 WTO는 패소국에 명령을 이행할 기간(최대 15개월)을 준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대해 최종 승소한 세탁기 표적덤핑 사건에서는 의회의 법 개정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행기간 15개월이 주어졌다. 수산물 수입 분쟁 처럼 정부 조치로 해결이 가능한 경우에는 비교적 짧은(1년 이하) 이행기간이 주어진다.

상소심 결과 낙관 어려워…강제력 없지만 불복 시 무역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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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2013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 폐수의 무단 방류를 규탄하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2013.9.17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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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해서 상황을 낙관하긴 어렵다. 상소심 결과 전망도 밝지 않아서다. WTO도 국내 재판처럼 1심에서는 사실관계를 다투지만 2심은 법률심으로만 진행한다. 이제부터는 국제법 해석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살펴볼 뿐,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 등 추가 증거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최종심에서 패소한다면 한국이 WTO 제재를 무조건 따라야 할까.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변호사)은 “국제법이 개별 국가의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 효력은 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정책 판단에 따라 수입 금지를 계속 강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이 다 함께 수입제한 조치를 내린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만 WTO에 제소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애시당초 보복관세 등 실리를 노리고 외교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호르몬 주입 소고기 분쟁, 저작권법 분쟁 등에서 WTO 판결을 따르지 않은 전례가 있다. 다만 패소국이 불이행할 경우 승소국은 WTO승인을 거쳐 보복관세 조치를 취한다. 일본이 수산물 수입금지로 인한 몇 년치 피해액을 자체 산정해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 폭탄으로 돌려주는 게 가능해진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은 주권국가에 대해서는 WTO 판결을 이행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통상보복을 할 수 있다”면서 “수출과 통상 비중이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무조건 버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한국 정부, 막연한 공포 과학적으로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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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20㎞ 떨어진 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농어 두 마리가 바구니에 담겨 있다. 후쿠시마현에서 농어는 출하제한 어종이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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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1심 패소는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이 미흡했음을 의미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은 지난 17일 국정감사 질의에서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등 식품에 대한 객관적 위험평가에 최선을 다했어야 하는데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국제 공조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막연한 공포를 지금이라도 과학적 근거로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원목 교수는 “광우병 소고기 파동 때처럼 정부가 무책임하게 여론의 향배만 지켜봐서는 향후 농산물·공산품 수출 등 통상 전방위적으로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덕근 교수도 “8개 현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조치 당시 정부가 객관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시장을 막아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정책 결정 과정의 미비한 점을 보완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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