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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카카오택시 ‘골라 태우기’ 원성에 서울시 블라인드 앱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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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카카오택시 승차 민원 180건

박 시장 “목적지 가려달라” 요청도

시 관계자 “내부적 공감대 형성돼”

업계선 “수익보장 안된다”며 불만

앱 사용 강제 불가 … 실효성도 의문

서울시가 승객이 도착지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택시 호출 서비스 공공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택시’가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에 악용된다는 판단에 따른 일이다. 하지만 앱이 만들어진다 해도 기사들의 사용을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시의 ‘택시 발전방향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소비자 선택에 부응하는 택시 앱을 개발해 승차거부를 해소한다’는 내용이 있다.

박병성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19일 “카카오택시는 골라 태우기로 인한 간접적 승차거부를 유발하고 있다. 앱 개발 문제는 현재 검토 단계이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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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택시와 관련된 승차 거부 민원은 증가세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서울시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승차 거부 신고 건수는 2015년 57건에서 지난해 180건으로 증가했다. 서울시 국정감사 때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앱에 (승객의) 목적지가 표기되지 않도록 카카오택시 측에 강력하게 요청한 바 있다”고 답했다.

카카오택시 측은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택시 관계자는 “목적지 표출은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있어 손님 입장에서도 ‘어디 어디로 가달라’는 식의 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택시 공공 앱을 서울시가 개발한다 해도 택시기사와 승객들이 어느 정도 이용할지는 알 수 없다. 카카오택시 누적 이용객은 1500만명 이상이다. 택시 기사 가입자만 23만4000명에 달한다. 택시업계에서는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의 90% 이상을 카카오택시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야간에 기본료만 나오는 거리를 가서는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목적지 없이 강제 배차하는 방식이라면 콜비를 별도로 주거나, 카드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등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앱을 개발했지만 의도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경기도 고양시는 2015년 1월에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는 택시 앱 ‘고양이택시’를 만들어 배포했다가 지난해 초 택시기사들의 요구대로 목적지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경기도 용인시는 지난해 3월부터 기사에게 건당 500원의 콜비를 지급하는 ‘용인앱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목적지 표시가 필요 없는 앱이다. 하지만 이를 활용한 택시 승차는 하루 평균 100건 안팎이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멀티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업자의 불합리를 감독하고 감시하는 심판인 서울시가 선수로 뛴다면 질서 자체가 망가진다. 직접 공공 앱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총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공공 앱 중에서 살아 남은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가 2015년에 ‘제3자 택시 예약 서비스 공급자 법률’을 제정해 택시 예약 앱에서 목적지를 표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다.

뉴미디어 육성기관 메디아티의 강정수 대표는 “노르웨이는 우버가 들어오자 택시 사업자가 연합해 앱을 만들어 민간 서비스 경쟁이 펼쳐졌다”면서 “디지털 기술이 도시와 융합되면서 앞으로도 많은 새로운 문제들이 대두될 것이다. 관(官)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 생산의 장을 만들어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임선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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