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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서소문 포럼] 4차 산업혁명발 인력난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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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업 ‘스케일 업’이 4차 산업혁명 기본 흐름

단순 노동자 실업 직면 … 신기술 인력은 부족 사태

중앙일보

김동호 논설위원


매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 KAIST와 손잡고 지난주 금요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지식축제를 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의 미래와 포용적 성장’이 테마였다.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우면서도 WEF 평가에서 그 준비도가 25위에 그쳤다. 반도체·스마트폰 강국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데 패널토론은 그 이유를 생생하게 밝혀 줬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신기술 인력 부족 사태가 이미 가시화했다는 점이다. 패널로 나온 이현순 두산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발표를 따라가 보자. “산업 현장의 추세에 따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존 사업에 접목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단순 계산으로 국내 전체로 확대 적용해 보면 400만 명의 단순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주요 제조업에 기계와 장비를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 공장’이 대거 보급된 결과라는 것이다. 해외 경쟁 기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그 추세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다.

청중을 더욱 몰입시킨 건 그다음 발언이었다. “문제는 당장 현장에서 스마트센서·빅데이터·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을 다룰 사람을 구할 수 없다는 현실이다.” 기업 현장을 매일 접하는 그의 우려처럼 한국은 극심한 4차 산업혁명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무려 22%로 고공행진한다는데 신기술 인력은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이다.

시사점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4차 산업혁명을 기존 산업과 떼놓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이 포럼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한 기업인은 “정부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혁신성장에 시동을 건다고 했는데, 혁신을 먼 데서 찾을 게 아니다. 전통 기술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 선도국인 독일은 기존 제조업에 신기술을 접목해 공장을 스마트화하기 시작한 지 20년도 넘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과거에 멈춰 있다. 종업원 10인 이상 제조업체 6만7000개 중 스마트공장은 5%에 그칠 만큼 산업 생태계가 취약하다. 스마트센서의 국산화율은 1.6%에 불과하다. 그러니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단순 근로자는 실직 위기에 노출되고, 기업은 신기술 인력 부족 사태에 직면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사람 중심 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는 포용적 성장을 지향한다. 대기업이 주도한 성장에서 소외된 이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줌으로써 수요를 자극해 성장을 이끈다는 경제철학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화, 공공부문 81만 명 채용, 법인세 인상이 그 수단들이다.

하지만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정책을 운용해선 일자리 창출이 핵심인 포용적 성장을 실현할 수 없다. 문 정부는 출범 5개월 만에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고 일자리 5년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핵심 지원 대상은 창업과 신산업이다. 이것만으로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어렵다. 더구나 공무원 증원은 ‘공시족’ 열기만 키울 것이고, 산업 현장의 신기술 근로자 부족 현상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WEF 참석자들은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을 신기술로 ‘스케일 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기술을 활용해 기존 산업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 새로운 기술혁명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선 인적자원의 활발한 재배치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노동개혁을 미루지 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을 과감하게 활용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뒷받침해야 한다. 대기업에 혜택을 몰아준다는 우려 때문에 덮어두기만 해선 안 된다. 기존 산업·신산업을 구분하는 칸막이식 사고로는 한국 경제를 끓는 냄비 속 개구리로 만드는 우를 초래할 것이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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