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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비닐로 만든 유령 탱크 ‘디코이’ 첫선 … 발열 장치로 적외선 탐지에 일부러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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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전시회에 국산 시제품 선보여

4명이 20분이면 설치·철거 가능

미군, 2차대전 때 독일군 정찰 속여

중앙일보

한국 육군 주력전차 K1A1과 모양과 크기가 똑같은 디코이.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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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항공 국제전람회인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가 열리는 서울공항의 외부 전시장 한쪽엔 전차가 두 대 서 있다. 영락없는 한국 육군의 주력 전차인 K1A1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묘했다. 손으로 눌러보니 쑥 들어갔다. 비닐로 만든 전차였다.

국산 디코이(Decoy·기만체)가 등장했다. 구명조끼와 낚시용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씨울프가 개발에 성공한 K1A1 디코이를 ADEX에 선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군 당국과 협의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ADEX에 처음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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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때 미 육군병사 2명이 독일군을 속이기 위한 풍선 전차를 옮기고 있다. [사진 다큐멘터리 ‘고스트 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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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코이 전차는 공기를 채우면 실제 K1A1과 크기와 모습이 똑같게 된다. 4명이 20분이면 설치 또는 철거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차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무기 디코이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디코이는 항공기나 인공위성에서 볼 때 실제 무기로 착각하도록 한 것이다. 모조라는 의미로 더미(Dummy)라고도 불린다. 적외선 탐지에 일부러 걸리도록 열을 내는 장치가 들어 있다. 무기를 가동하면 발열로 인한 적외선이 발생한다. 적이 진짜 무기를 가짜와 가리기 위해 하는 적외선 탐지를 역으로 이용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항공력이 약하고 인공위성이 없기 때문에 당장 디코이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 이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코이는 오래전부터 전쟁에 도입됐다. 『삼국지』에 병력의 수를 과장하기 위해 짚 인형에 군복을 입혀 창칼을 들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디코이의 유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 육군은 아예 디코이와 같은 속임수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제603 특수공병대대를 창설했다. ‘고스트 아미(Ghost Army)’라 불리는 이 부대는 디코이 전차·대포·트럭·전투기를 갖고 다니며 독일군의 정찰을 속였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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