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범위·기간에 제한 두면 안 돼
MB도 대상? 특별 케이스는 없어
수사로 잘못 드러나면 덮고 못 가
문 대통령, 한밤중에도 보고 가능
국민의당과 연정, 언급할 때 아냐
보수정당 합당, 지지받기 어려울 것
청와대 실세? 모든 이가 1/n 발언권
서울시장 출마? ‘소이부답’할 뿐
전병헌 대통령 정무수석
전병헌 수석은 ’적폐청산은 특정인을 겨냥해 기획된 것이 아니다. 국정원 조사 결과 잘못이 드러났는데 덮고 갈 순 없지 않나. 이를 정치 보복이라고 하면 손가락만 보고 달은 못 보는 격“이라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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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김명수 대법원장이 가까스로 인준된 것은 극적이었다. 고생이 많았겠다.
A :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꿈에서도 (찬성하는) 의원들 숫자를 셀 정도였다. 당과 청와대, 정부가 하나 돼 올인했다. ‘땀 흘린 만큼 거둔다’는 진리를 실감했다. 국민의당은 물론 자유한국당까지 의원들 한분 한분 만나 설득했다. 매일 전화 배터리 여러 개 들고 다니며 수십 명씩 통화하니 목이 쉬더라. 의원들 점심 장소까지 쫓아가 사정했다. 구두굽도 닳았다. 표결 전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자정까지 전화를 돌리고 퇴근하면서 ‘우리 두 사람 모두 원내대표 경선 때보다 더 뛰고, 더 마음을 졸인 것 같다’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Q :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미국 순방 직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한테 전화해 화제가 됐다. 누구 아이디어인가?
A : “딱히 누구의 제안이라기보다는 청와대에 그런 협치의 틀이 정착돼 있다. ‘직통 대화’란 콘셉트다. 문 대통령이 수시로 야권에 직접 전화해 소통하는 거다.”
Q : 그런데 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는 인준받는 데 실패했나.
A : “원래는 김 후보를 인준시켜 준다는 야권의 사전 양해가 있었다. 그 때문에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표결 처리를 100일 가까이 늦췄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부결이더라. 배신감도 없지 않았다. 그날만은 마포대교를 건널(국회를 갈) 마음이 생길 수 없었다.”
Q :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MB) 측에 칼날을 겨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A : “과거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연루가 돼서 그 사람들(MB 측)이 나오게 된 것일 뿐이다. 전 정권을 사정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된 게 아니다. 하지만 드러난 잘못을 덮고 가지 않는다고 야당이 ‘정치 보복’이란 방어막을 치면 국민이 납득하기 힘들 거다.”
Q : 표적사정이 아니라 순수하게 수사하다 보니 (MB 측이) 연루돼 있더라는 얘기인가.
A : “그렇다. 그 연루된 사람들은 (수사) 과정에서 등장한 것뿐이지 결코 그 사람들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Q :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도 “적폐청산의 범위와 기간을 정해 그 안에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 : “오히려 적폐청산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게 민심의 엄중한 현주소다. 부정부패를 모른 척 덮을 수 없듯 적폐청산의 범위와 기간은 정해지지도, 정할 수도 없는 거다. 지금 진행 중인 현 정부의 국정원 수사는 일부러 국정원의 잘못을 끄집어낸 게 아니다. 댓글 공작이나 스파이 웨어 등 이미 과거 정부 시절 이슈가 된 문제를 당시 정부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국정원이 새롭게 출발하려면 이 사안들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걸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선 어떤 특별한 (봐주기) 케이스는 없다는 거다.”
Q : MB도 잘못이 드러나면 특별 케이스가 아니라는 뜻인가.
A : “어떤 특별한 케이스는 없다.”
Q : 민주당과 국민의당 일각에서 서로 연정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A : “지금은 연정을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 국민의 동의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 자체가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통 분모가 가장 많은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과 입법연대는 가능하다.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협의체를 고리로 연대하면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축적될 수는 있다.”
Q : 자유한국당이 바른정당 통합파를 흡수해 몸집을 불리더라도 국민의당과 연정할 생각이 없나?
A : “국민의 동의 없이 몸집만 불린 정당의 영향력은 그때 가서 평가해야 한다. 정치공학만 노린 이합집산은 당장은 편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의 불신을 야기해 정치를 위축시킨다. 이는 문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
Q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5당 대표 초청을 거부하며 1대1 회동에만 응하겠다는 입장인데.
A : “안보를 위한 초당적 회동인데 왜 안 만나려는지 이해가 안 된다. 현재로선 1대1 회동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우선 5당 체제에서 물리적 어려움이 있다. 다만 한국당과는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Q : 청와대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관계는 어떤가. 한때 ‘추미애 패싱’ 논란까지 있었다.
A : “당청 관계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이상무’다. 단적인 사례로 김 대법원장 인준 통과 때 추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전원이 (청와대와) 일심동체로 뛰었다. 요즘도 수시로 당·정·청 회의를 연다.”
Q : 정무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엔 청와대 뜻을 여당에 전하고 그대로 따르라고 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A :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신은 직장이 청와대냐 국회냐’고 농담을 걸어올 정도로 국회를 부지런히 찾아 소통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정무수석은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무수석은 여당은 물론 야당의 요구를 경청하고 이를 대통령께 보고할 수 있다. 대통령이 워낙 야당과의 협치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다.”
Q : 지금 청와대의 실세는 누군가? 586 비서관들 아닌가?
A : “청와대 실세는 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워낙 수평적인 리더십이라 나를 포함해 청와대의 모든 사람이 n분의1씩 (발언권을) 갖고 있다. 누가 실세냐를 따지는 건 디지털 시대에 성리학 마인드로 청와대를 보는 거다.”
Q : 북핵 위기 와중에 청와대와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손발이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
A : “대체로 손발이 잘 맞고 있다.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청와대와 관계부처 장관들이 수시로 모여 충분히 조율한다.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는?) 문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주요 현안들을 직접 처리한다.”
Q : 온 국민이 전쟁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A : “실제로 정말 어렵고 엄중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런 시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고 안심이 된다.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집권 중이라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고 봐서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전쟁은 막아낼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북한에는 평화적 해법 사인을 보내고, 미국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상황을 세심히 관리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왜 언론이 알아주지 않는지 안타깝다. 지나치게 정부의 입지를 왜소하게 만드는 건 반국가적 행태다.”
Q : 문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감성적인 접근이 많다. 이런 기획은 누구 머리에서 나오나?
A :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언행이 참모들의 아이디어를 자극하며, 이를 자유롭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참신한 기획이 나오는 듯하다. 특정인의 머리가 아니라 집단지성의 힘이다. 문 대통령이 사전 연락 없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이나 영화인들과 점심을 하며 짬뽕을 시킨 건 그만의 서민적 소탈함 때문에 가능했다.”
Q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석들이 만나기 힘든 것으로 악명 높았다. 문 대통령에겐 수석들이 언제든 접근이 가능한가?
A : “그렇다. 급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비서실장을 통해 대화할 수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이 유엔 연설차 미국을 찾았을 때 김 대법원장 인준 표결이 진행돼 미국 시간으로 한밤중에 전화 보고를 한 적도 있다.”
Q : 친문계가 아니면서도 정무수석에 발탁된 의미를 어떻게 보나?
A :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지낼 때 최고위원으로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다. 전무후무한 5당 체제도 나의 발탁 원인이 된 듯하다. 3선 경력에다 원내대표도 지내 국회 돌아가는 걸 잘 안다. 또 국민의당은 물론 한국당에도 친한 의원이 많다. 야권과 나름 합리적으로 대화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걸 그쪽에서도 고마워하더라.”
Q : 8세 밑 임종석 비서실장과 일하고 있다.
A : “임 비서실장은 유쾌하다. 비서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 준다. 나이의 벽을 느끼지 않는다. 임 실장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지만(웃음). 그와 대화할 때 거북함이나 불편함은 전혀 없다.”
Q :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보고 있나?
A : “지금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문재인 정부 2년차에 치러지는 첫 선거이자 개헌과 동시에 치러지는 선거다. 정부가 묵묵히 개혁에 매진하고 나라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민심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Q : 서울 동작에서 3선을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 있나?
A : “소이부답(笑而不答)이다. 현재로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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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은 …
17~19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갑에 내리 당선한 3선 의원 출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다. 범동교동계 출신이자 정세균파로 분류돼 온 비문(非文)계이나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의 선거전략을 총지휘해 현 정부 실세의 한 명으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초·재선이나 전직 의원이 맡아온 정무수석에 그를 발탁한 건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성사시켜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단이 빠르고 타협을 중시하는 전략가형 스타일이다. 내년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지만 인터뷰에선 말을 아꼈다.
▶1958년 충남 홍성 출생 ▶고려대 정외과 졸업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원내부대표 ▶민주당 원내대표
」▶1958년 충남 홍성 출생 ▶고려대 정외과 졸업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열린우리당 대변인과 원내부대표 ▶민주당 원내대표
강찬호 논설위원, 정리=이유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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