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민은경 기자 |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걱정보다 의욕이 앞서 영화화”
낮은 기대치를 높은 완성도로 입소문까지 이끌어내며 ‘도가니’, ‘수상한 그녀’ 흥행 연타를 친 황동혁 감독이 이번에는 소설 ‘남한산성’의 영화화에 도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황동혁 감독은 워낙 사랑을 받은 소설인 것은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중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영화화하고 싶은 욕구가 더 컸다고 털어놨다.
“원작을 영화화하는 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남한산성’은 원작 팬들이 많은 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니 두 가지 부담을 다 갖고 만들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을 때 인물들, 논쟁, 풍경 등이 동양화처럼 떠오르더라.”
이어 “묘사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 꼭 스크린에 옮기고, 배우들의 입을 통해 옮겨보고 싶더라. 그런 생각이 계속 솟구쳐 올랐다. 걱정보다는 의욕이 앞서 실행에 옮기게 됐다”고 제작 계기를 공개했다.
영화 '남한산성' 포스터 |
특히 황동혁 감독은 원작 속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화가 아름다워 시처럼 느껴질 정도였단다. 이에 원작의 멋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자 신경 썼다. “임진왜란과 달리 병자호란은 이순신 같은 영웅도 없는 데다, 심지어 임금이 나가서 항복을 하는 전쟁이지 않나. 그래서 다들 더 깊게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조차도 국사 시간에 배운 게 다였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면서 내가 정말 무지했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두 인물이 뜨겁게 논쟁을 펼치는 건 처음 알았다. 원작 속 두 인물의 대화는 치열하면서 논리 정연해 어느 한 편도 철학의 빈틈이 없더라. 동시에 작가님의 문장이 아름답다고까지 느꼈다. 시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이 좋아서 영화화한 거라 최대한 이해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원작을 활용하려고 했다. 원작의 멋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쉽게 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황동혁 감독/민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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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작의 경우는 영화와 달리 ‘최명길’과 ‘김상헌’의 논쟁이 이어지지 않고 흩어져 있다. 이에 황동혁 감독은 ‘도가니’ 때 사용한 방식을 이번에도 활용했다.
“원작에서는 둘의 논쟁이 흩어져 있다. 되게 많은 소단락에다, 연대기적으로 이어지지도 않더라. 각색할 때 힘든 건 시간순으로 재구성하는 거였다. 어떻게 흐름을 만들어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 ‘도가니’ 때 재판 큰 틀을 만들어놓고 이야기들을 넣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논쟁 사이 사건들을 하나하나 넣는 방식으로 각색했다.”
마지막으로 황동혁 감독은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충무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한 영화에 모여서 각자 색깔로 채워 넣지 않았나. 다시 모이기 힘든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연기 대결을 큰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후회하지 않을 거다. (웃음)”
한편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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