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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IS 트라우마]③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계보에서도 삭제된 IS,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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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라크전쟁 이후 '유일신과 성전'이라는 소규모 지역군벌에서 시작한 IS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종파와 관계없이 무차별 학살과 약탈을 자행한 폭력집단에 불과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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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IS가 스스로 주장하는 정식명칭은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약자는 'ISIL'이었지만 중동에서 IS를 이렇게 부르는 사람들은 IS 조직원들 뿐이다. 중동에서 IS는 '다에시(Daesh)'로 통한다. 심지어 대표적인 이슬람 무장테러조직이라 알려진 알카에다도 다에시는 적으로 구분했고 IS 간부들의 목에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IS는 이슬람 테러조직 계보에서도 빠져있다. 이 조직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반으로 서구세력과 대적하는 '지하드(성전)'조직이 아니라 무차별적 학살과 약탈만 자행하는 지역 군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알카에다는 물론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주요 동기를 제공했던 탈레반도 종파에 관계없이 주민을 몰살시키거나 성노예를 만드는 참혹한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

원래 IS도 출발 자체는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 중 작은 게릴라조직으로 출발했다. 지난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유일신과 성전'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던 이 조직은 알카에다의 지휘를 받고 있었으나 2014년, 알카에다 특사를 죽이고 독립을 선언하면서 완전히 결별한다. 당시 알카에다는 조직을 정리해 시리아 반군세력과 연합할 것을 명령했지만 IS 지도부는 이를 거부하고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의 혼란기를 틈타 주요 유전지대를 장악하고 이 돈을 바탕으로 무장해 대규모 군벌세력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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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필리핀의 IS 추종세력이 기독교인 5명을 처형했다고 주장하며 IS가 공개했던 처형영상 모습(사진=테러모니터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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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테러단체들과 전혀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한 것. 이런 차이는 근원에는 IS의 주요 조직원들 자체가 주로 시리아 및 이라크 일대의 잡범들로 구성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알카에다나 탈레반은 주로 고위 사제직이나 귀족들로 구성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무장단체였다면 IS는 별다른 명분보다는 생존을 위한 약탈을 주 목적으로 태어난 지역군벌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알카에다를 비롯한 주요 이슬람 무장조직들은 1979년부터 1988년까지 치러진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배경으로 태동됐다. 당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배후에서 자금을 지원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저항을 돕기 위한 이슬람 지역의 무장단체인 무자헤딘은 전 중동에서 지원자를 모집해 소련과의 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1988년, 소련과의 전쟁이 끝나면서 이 무자헤딘 산하에서 소련과 싸우던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순식간에 실업자가 될 상황에 몰렸다. 투쟁 방향이 상실돼 해산을 해야했으나 당시 참전했던 중동 전사들에게 돌아갈 고국의 상황도 녹록치 않았다. 무자헤딘에 참여했던 병사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봤자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낙인찍혀 독재정권에 의해 체포될 판이었고 각국의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 체포되지 않는다해도 실업자가 될 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은 오사마 빈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 조직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위 귀족 출신인 빈라덴은 소련-아프간 전쟁에서 역시 무자헤딘의 일원으로 참전해 미국의 지원하에 싸웠지만 1990년 걸프전 이후 미군이 성지 메카에 주둔하는 것을 계기로 반미투쟁 노선으로 갈아탔다. 당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 입장에서 기독교 국가인 미군의 성지 메카 주둔은 모욕적 처사로 인식됐으며,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다.

이에따라 반미성전이라는 방향성이 잡히자 아프간을 기반으로 했던 무장조직들은 반미조직들로 탈바꿈 했으며 알카에다와 연계해 전 세계 이슬람국가들을 중심으로 지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알카에다는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테러를 감행했으며 유럽, 아프리카, 중동, 인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소규모 지부들을 창설해 테러에 이용했다. 그리고 2001년, 알카에다 주도의 9.11 테러가 발생했고 현대 중동문제의 시발점이 된 미국의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게 됐다.

알카에다의 산하조직들은 서구권에 대한 무차별 테러를 일삼아왔지만, IS와 같이 이슬람교도들까지 무차별 학살하거나 지역주민들을 성노예로 삼거나 무자비한 약탈을 일삼지는 않았다. 이로인해 중동국가들은 IS의 명칭을 이슬람국가로 불러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IS가 이슬람의 성경인 코란을 욕보인 동영상을 내거나 불가침의 성지인 메카를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IS를 자신들과 동격 무장단체로 인식되는걸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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