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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컵밥]"힐링 이터테인먼트, '아리랑 노점' 안에 다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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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에서 치유·힐링을 찾다 - 마이클 김 대표 "한국형 맥도날드 만들 것"

아시아경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근처 골목에 위치한 '아리랑 1호 노점'. 2~3평 남짓한 공간에서 최소한의 인원이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내고 있다.


[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싼 게 비지떡이다.' 이 속담을 뒤집다 못해 메치기까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마이클 김 '아리랑 노점' 대표다.

주 메뉴는 컵밥이다. 기자가 먹어보니 성인 남자가 먹어도 배부를 정도다. 지점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 메뉴가 5000원을 안 넘는다.

이 '간편하고도 저렴한' 컵밥엔 10여년의 세월과 연구가 담겼다. '컵밥'이라는 단어도 김 대표가 처음으로 썼단다. 물론 증거는 없다.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한국인일 뿐. '아리랑'이라는 이름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유 단어이기 때문에 한국어로나 영어로나 발음이 같아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17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근처 골목에 위치한 '아리랑 노점' 1호 가게에서 만난 소탈한 복장의 김 대표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막 요리한 떡볶이를 먹어보라며 내밀었다. 떡볶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국물은 흔적도 없다. 생전 처음 맛 본 쫀득한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알고보니 '국물'을 선호하지 않는 외국인 입맛까지 고려해 개발했단다. 맵기 정도야 주문할 때 말 만하면 쉽게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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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입맛까지 생각해 개발한 떡볶이.


사실 김 대표는 '아리랑 노점'을 차리기 전 비빔밥 전문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비빔밥의 세계화'를 꿈꾸며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국까지 진출했지만 실력보다 비전이 앞서는 바람에 큰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진짜 도전은 이때부터였다.

30여개국을 다니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조리시간이었다. 비빔밥은 갖가지 고명 때문에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없었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의 그릇된 부산물이라며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던 '빨리빨리'가 전세계적인 흐름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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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노점' 이화여대점 메뉴들과 열량.


김 대표는 "여러나라를 다녀보니 눈이 뜨였습니다.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선 빠르게 나오면서도 신선한, 그리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먹기 편한 맛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는 걸요. 그러다보니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컵 안에 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한식을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고 컵밥을 고안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무엇을 담을까 고민을 하다 밥, 식재료, 소스 이 세가지로 세상에서 가장 간편하고도 완벽한 한국을 대표하는 한끼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돈이 없는 자들의 배를 채워주고 싶었다. 꽤 부유했던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생 때 IMF로 집이 주저앉았고 그로 인해 주린 배의 서러움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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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노점'의 대표 메뉴 연어컵밥.


더욱이 요즘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청년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패의 아픔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 아픔은 대물림 하고 싶지 않았다. 많지는 않아도 일한만큼 꾸준한 수익이 보장되는 '승리'의 가게를 내주고 싶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최소화 한 것이다. 때문에 아리랑 노점의 모든 메뉴는 좁은 장소에서 최소한의 인원이 빠른 시간안에 만들 수 있다. MSG는 전혀 쓰지 않는다. 자부할 만큼 좋은 재료를 쓴다. 값이 싸다고 건강한 음식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은 통하지 않는다.

2014년 창업한 '아리랑 노점'의 국내 지점은 현재 13여개가 있다. 놀라운 건 벌써 해외에도 진출했다는 사실이다. 베트남 호치민 1호점은 이미 영업 중이고 2호점도 내년쯤 열 예정이다. 몽골과 이스라엘도 내년 개점을 목표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지점은 철저하게 현지인을 타깃으로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그는 한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들어내고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봐야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충고했다. 갈길이 아직 멀긴 하지만 한국형 맥도날드, 한식의 테이크아웃화가 최종 목표다.

아직 얼굴을 알릴 때가 되지 않았다며 사진을 찍는 것을 한사코 고사한 김 대표는 "힐링은 다른 게 아닙니다. 싼값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힐링 아니겠습니까? 한식이 세계의 힐링 이터테인먼트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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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수중에 돈이 없는 배고픈 청년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게 김 대표가 손수 만들어 붙인 안내문. 실제로 대부분의 손님들이 빠른 시일 내에 돈을 갚았다고.


문소정 기자 moon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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