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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셀프빨래방 `워시엔조이` 초고속 점포 확장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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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경노 KL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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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94] 지난해 12월 미국 아마존에서 물건을 고르기만 하면 자동 결제가 되는 가게, '아마존고'를 내놔 화제가 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발 빠르게 소규모 편의점 형태로 사업화해서 전국에 확산 중인 '빙고박스'가 눈길을 끌고 있고요. 공장에서만 보던 무인 자동화 시설이 유통업계에서도 일대 변화를 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매경이코노미 스페셜 리포트 '무인경제 시대가 온다'란 주제하에 한국에는 이런 곳이 없나 싶어 여러 분야를 취재해봤는데요. 의외로 이미 상당 수준 자리 잡은 무인점포 사업 모델이 꽤 있었습니다. 그중 생활밀착형 아이템으로 가장 눈길을 끈 건 셀프 빨래방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있는 업태이기는 한데요. 동전을 넣고 대형 세탁기를 이용하는 식으로 코인 빨래방이라고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 모델이 IT 강국인 한국과 만나니 프랜차이즈식으로 진화된 형태의 무인점포 사업 모델이 됐더라고요. 특히 창업 4년 만에 전국 260호 개점을 성사시키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KLC란 회사에 눈길이 갔습니다. 서경노 대표가 창업했고 '워시엔조이'란 브랜드로 유명한 곳입니다.

서 대표는 국내 회사에서 해외 영업을 하다가 2002년 KCLA가나안이라는 미국산 세탁장비 수입업체로 옮기면서 셀프세탁 시스템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입사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사업 모델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대중화 초기라 1년에 문을 여는 셀프 빨래방이 서너 곳에 불과했을 만큼 불모지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는 세탁이라는 산업 분야는 의식주에 속하는 생활밀착형 산업으로 모든 산업에 꼭 필요하고 인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전한 사업 모델이라고 확신했답니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면서 호텔, 세탁공장, 병원, 요양원, 기숙사, 식당 등 대형 세탁시설이 필요한 곳에 납품해보니 한번 넣기만 하면 꾸준히 수익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사업의 관건은 셀프 빨래방 저변이 확대되는 순간이 언제냐였습니다.

현장에 있으면서 그가 체감한 셀프 빨래방 대중화의 서막은 2008년쯤부터였다고 하네요.

"1인 가구 증가가 꾸준한 데다 당시 아열대 기후처럼 봄여름에 우기 같이 비가 자주 오면서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세탁기는 있지만 당시 건조기가 보편화되지 않아 빨래방에서 건조기를 이용해보던 고객 사이에 입소문이 났어요. 장마에도 셀프 빨래방을 이용하면 뽀송뽀송하게 빨래가 잘 마른다면서요.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이라 마침 국내 금융시장도 저금리 기조로 바뀔 때였습니다. 빨래방 고객이 늘기 시작하고 이들을 겨냥해 금융기관에서 값싼 이자로 돈을 구해 빨래방을 차리는 개인사업자도 덩달아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가도 고장 안 나는 세탁설비를 구축하고 본사 차원에서 운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회사를 차리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2년 독립해서 차린 회사가 KLC입니다.

창업 당시에는 서 대표뿐만 아니라 이 시장에 꽤 많은 사업자가 셀프 빨래방 브랜드를 내걸고 가맹점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성업 중인 대다수 셀프 빨래방은 미국산 세탁장비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소위 미국형 코인 빨래방 시스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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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빨래방 `워시엔조이`는 미국, 일본 방식의 동전 빨래방 개념을 넘어 IT기술을 접목한 빅데이터 관리 방식으로 진화, 일본, 중국 등으로 사업모델을 역수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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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를 해보니 미국 소비자를 위한 장비 특성과 기능들로 특화된 세탁기다 보니 한국 소비자와는 좀 안 맞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니 그냥 이용하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국 이용자는 이불 빨래와 같은 큰 빨래도 해야 하고 면, 울 등 다양한 옷감과 소재의 옷을 따로 빨고 싶어했습니다. 이처럼 좀 더 민감하고 다양한 니즈가 있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래서 시장 조사 끝에 세계 상업용 세탁기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유럽 브랜드 일렉트로룩스 제품 중 이런 니즈에 부합하도록 다양한 세탁·건조 코스가 있는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해당 브랜드 설비가 상대적으로 더 고가였지만 유럽 환경 기준이 저전력, 친환경에 맞춰져 있어 오래 쓸수록 오히려 투자 대비 효율이 뛰어나다는 걸 직영점을 운영해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직영점을 운영하면서 타사 대비 절약 금액을 수치화해 다른 업체 운영비와 적극 비교하는 식으로 가맹점주를 설득해나갔지요."

여기에 더해 서 대표는 소비자가 좋아하고 즐겨 찾게 하는 점포 디자인, 세탁 프로그램,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 연출, 카페형 혹은 쉴 수 있는 공간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계속해나갔답니다. 또 미국·일본식의 코인 빨래방과 다른 한국식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네요. 멤버십 카드 시스템이 대표적인데요. 워시엔조이 셀프 빨래방을 이용하려면 그냥 이용하기보다 멤버십 카드를 발급할 때 여러모로 고객에게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카드를 만들면 기본 할인이 되고, 충전은 빨래방에서 하면 되는데요. 이를 전국 1만개의 제휴 매장과 고객 140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도도 포인트'와 연계했답니다. 이러면 워시엔조이 포인트로 다른 1만여 가맹점에서 쓸 수 있습니다. 또 SNS로 빨래방 근처에 오면 할인 쿠폰을 쏘거나 추천 서비스를 해주니까 고객들도 고객들이지만 모객 입장에서 고민이었던 점주들도 상당히 좋아하더랍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존 점주들이 신규 점주를 소개로 끌어들이면서 전국 단위 브랜드 빨래방으로 이른 시간 내에 성장할 수 있었다지요.

여기서 드는 의문.

그렇다면 정말 100% 무인 점포가 가능할까요. 점주, 즉 사람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만 손이 갈까요.

"극단적으로는 점주 입장에서 스마트폰 CCTV로 매장 상황을 확인하고 매출 관리만 해도 됩니다. 셀프 빨래방도 물론 정기적으로 매장 청소와 세제 교체, 지역 마케팅 등을 해줘야 하긴 하는데요. 이마저도 본사에 위탁관리로 일정 금액을 내고 맡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의욕이 넘치는 점주들은 자주 매장에 들러 관리를 하고 또 오는 손님들에게 사용법 설명, 할인쿠폰 선물 등으로 단골을 만들면서 매출을 좀 더 늘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여러 점포를 내면서 회사 월급 이상 벌어가는 분도 많습니다"

회사 월급 이상이란 말에 갑자기 귀가 열렸습니다. 갑자기 예비 점주의 심정으로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창업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초창기와는 달리 좀 늘어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점차 대형화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세탁기 3대, 건조기 3대로 33㎡ 정도 공간에 소규모로 문을 여는 데 1억원 이하가 들었는데요. 요즘은 세탁기와 건조기 5대를 두고 약 70㎡ 공간에 1억50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창업하고 있답니다. 1인 가구의 인구밀도가 높은 오피스텔 밀집지역이나 20·30대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소형 아파트, 원·투룸, 연립, 다세대, 다가구 지역 점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기자는 사심 어린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투잡으로서 가능성이 있습니까.

"셀프 빨래방은 말 그대로 일정한 공간에 설치된 셀프 세탁장비가 관리자 없이 스스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개념입니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될 수 있으며 최저시급 인상 등 인건비 걱정을 하지 않고 온전히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무인 시스템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본사 직영 24시간 콜서비스, 청소대행 서비스, 원격지원 서비스 등으로 더욱 인건비 부담을 줄여나가고 있다 보니 점주의 대부분이 직장인, 자영업자 등입니다."

요즘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본사 갑질 문제도 많은데요.

"저희는 가맹비와 로열티를 받지 않습니다. 본사는 워시엔조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여 최종 고객을 더 유치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대신 본사는 앞서 소개한 청소대행 등 본사지원 서비스를 정기 대금으로 받는 사업 모델과 세탁용품, 생활용품, 세제용품 등을 착한 가격으로 체인점에 공급하면서 수익을 올립니다. 전문 세제 등은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 중 찾는 분이 많아 최근에는 일반소비자에게도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하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사심은 여기까지.

다시 무인점포 산업 얘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셀프 빨래방 선진국을 들여다보니 의외로 미국보다 일본이 상당히 대중화가 진척돼 있더군요. 이미 일본의 셀프 빨래방은 약 2만5000개 이상으로 인구 대비 추산해보면 한국의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약 5000개에서 1만개 정도까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 대표는 "일본과는 다른 국가적 변수 등을 감안하면 5000~7000개 정도면 적당할 것"이라며 "이 중 KLC는 현재 260개로 전체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는 만큼 앞으로 시장 성장성이나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KLC는 앞으로 어떻게 더 진화할까요. 일단 해외 진출 소식이 고무적입니다. 중국에 8개점을 출점한 가운데 셀프 빨래방 선진국 일본에도 진출 계약을 맺었답니다. KLC가 보유한 고객 관리 IT 시스템 덕분이라는데요.

"최신 유무선 통합 세탁 운영관리 시스템을 마련한 것은 물론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보다 안정적이고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한 전문관리장비(KIOSK) 개발을 완료해서 해외에서도 문의가 많습니다. KLC는 '코리아런드리'의 준말인데요.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고 존경받는 브랜드 중 하나로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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