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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인권위 상담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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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28] 2011년부터 거의 6년이 넘게 국가인권위원회 상담 활동을 하고 있다. 한 달에 1번 내지 두 달에 1번 꼴로 계속된 일이다. 7년차 인권위 전문상담위원이 이곳에서의 내 타이틀이다.

국가기관 등으로부터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국가기관이나 사인(私人)을 막론하고 차별 행위를 당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해 인권위로부터 보호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인권위라고 해서 모든 인권침해 사안을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권위도 국가기관인 이상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만 도움을 줄 수 있게 마련인데 내 역할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인권위 상담을 받기 위해 온 분들에게 인권위 진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려드리는 게 나의 주요 역할이다.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국가기관에 의한 모든 인권침해 사안이 진정으로 접수되는 것이 아니다.

법률은 국가기관 등에 의해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부터 헌법 22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까지 규정되어 있는 인권까지이다. 여기에 웬만한 인권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게 있다. 헌법 제23조가 재산권 보장 조항이다. 국가기관 등에 의한 재산권 침해 사안만큼은 인권위 소관 사항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권침해는 사인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있지만 국가기관 등에 한정된다. 물론 국가기관 등에는 국가기관 외에도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이 포함된다. 또한 차별행위는 국가기관 외에도 법인, 단체 또는 사인에 의한 차별행위까지 인권위 진정사안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어쨌든 국가기관 등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거나, 국가기관 이든 사인이든 상관없이 차별행위를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하고, 진정이 접수되면 인권위 조사 절차를 거쳐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진정이 접수되더라도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각하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총 10개 항목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2개 항목을 보도록 하자.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지나서 진정한 경우(4항)와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동결된 경우(5항)에는 진정각하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면 인원위에서 진정서를 접수할 수도 없고 설령 진정서가 접수되더라도 각하 처리되어 인권위 조사관들이 조사할 수도 없게 된다.

인권위 하면 왠지 다른 곳에 모두 들렀다가 맨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인권침해를 당하고도 다른 기관들을 모두 거치고(청와대를 많이 가신다) 이곳에 오시게 되면 대개 1년을 훌쩍 넘긴 시점이 되고는 한다. 또 관련 재판이나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상담 도중 인권위에서 처리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면 여간 실망하시는 게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권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을 필요는 없다. 동일 사건에 대해 다른 사유와 관점에서 인권위에 진정이 가능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두 가지 사유 때문에 많은 경우 인권위 진정을 하지 못하더라도 법률상담을 통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번달 4건의 상담이 있었는데 그중 1건에 대해 진정절차를 안내해 드렸고 나머지 3건은 일반적인 법률상담을 해드렸다. 결론은 이렇다. 자신이 인권을 침해받거나 차별적인 처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체 없이 인권위 상담실을 노크하는 게 좋다. 모든 사건에 대해 인권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상담 과정에서 다른 구제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거나 법적 현황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들을 수 있기에 그렇다.

서울특별시 중구 삼일대로 340 (저동1가) 나라키움저동빌딩 11층, 인권위 상담실이 있는 곳이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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