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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Medicine] "홈 AED시스템 개발…환자 심박동 이상땐 바로 가족에 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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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6년 전 AED(자동심장충격기) 시장을 우리나라에서 직접 열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역이나 대형 건물 등 공공장소에 비치돼 있어 갑작스럽게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때,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 응급처치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기 중 상당수가 우리 회사 제품입니다. 이를 토대로 공공장소에서 갑자기 쓰러진 분 여럿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가정에서 갑자기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워 환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이 생기더군요.이를 타파하기 위해 새 사업 모델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지난 11일 경기도 의왕시 사무실에서 만난 나학록 씨유메디칼시스템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 새롭게 선보인 '씨유 홈 AED 시스템' 사업 배경에 대해 거침없는 설명을 쏟아냈다. 2001년 씨유메디칼시스템을 설립해 심장마비 응급처치 기기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이끌어온 이 분야 1세대로서 의지가 담겨 있는 듯했다.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응급의료장비인 자동심장충격기를 국내외 7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는 의료기기 전문기업이다. 2002년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AED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심장마비는 현대인들에게 용어 자체가 크게 생경하지 않지만 주위에서 흔히 목도할 수 있는 증상은 아니다. 급작스럽게 찾아올 뿐만 아니라 시급히 처치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곧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를 온몸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심장이 펌프질을 멈추면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 결국엔 사망에 이르게 돼버린다. 심장이 멈추고 뇌가 사망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는 심장마비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자칫 놓쳐버리기 쉽게 하고 있다. 심장이 약해지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은 심장마비의 빈도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은 2011년에 10.3%였지만, 2020년에는 21.8%까지 늘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국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 65세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20%로 가고 있는 상태다. 특히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는 4년 새 10만명이나 늘어나 2015년 85만9909명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 비해 10만5000명(14%)이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진료비 역시 6456억원에서 7351억원으로 14% 늘어났다. 나 대표는 "핵가족화 역시 심장마비 응급처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심장마비 응급처치를 혼자서 할 수 없는데, 주위에 사람이 없으면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씨유메디칼시스템이 추진하는 사업은 이 같은 변화상을 타파할 수 있는 케어 시스템이다. 과거의 심장마비 대응법은 한 사람의 심장이 정지되면 근처에 있는 다른 사람이 이를 인지해 AED와 구급법으로 응급처치를 하는 것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가정 내 AED 시스템도 공공장소와 똑같이 기기를 구비해놓는 것에만 그쳤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가 가정 내 AED 렌탈사업을 실시해 총 200명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1년간 기기를 대여해줬지만 효과적인 사용 사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장마비가 와서 쓰러지더라도 발견이 쉽지 않아 심장에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서다. 이와 다르게 씨유 홈 AED 시스템은 심장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심박 측정 기기와 AED 시스템을 연계해 사전 징후를 파악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가능케 했을 뿐 아니라 심장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예방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게 특징이다.

나 대표는 "흔히 심장마비라고 하면 심장이 완전히 멈춰버리는 것을 생각하지 쉽지만, 실제로는 심장박동이 너무 약해지거나 너무 빠르게 되는 경우를 아우른다"며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리는 심실세동이나 심장이 분당 200회로 크게 떠는 심실빈맥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 곧 완전히 멈춰버리는 무수축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감지해주는 것이 씨유 홈 AED 시스템의 심박 측정 기기다. 심장질환이 의심되는 사람이 이것을 부착하고 있으면 잠잘 때나 가정 내에서 일상생활을 할 때 심장박동수를 본인이나 가족들의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심장박동이 미리 설정해둔 정상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면 홈 AED 기기가 자동으로 켜지고 알람 시스템이 작동한다. 보호자가 4분 남짓한 골든타임 내에 AED 응급처치를 곧바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연락처가 등록돼 있는 가족이나 지인에게는 문자메시지(SMS)와 긴급전화(Emergency Call)가 가게 된다.

나 대표는 "씨유메디칼시스템 자체적으로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꾸렸다"며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는 씨유 홈 AED 시스템 케어 서비스에 등록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지인들뿐만 아니라 119구급센터 등에 직접 신고전화를 하는 모니터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개념을 씨유메디칼시스템은 유럽에 이미 5년 전에 소개했는데, 최근 해외 박람회를 가보니 비슷한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들이 이제야 쏟아지고 있었다"며 "씨유메디칼시스템은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험정신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보완해가면서 씨유 홈 AED 시스템을 완성했다. 현재 일본 수출을 위해 인허가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환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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