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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내 두툼한 뱃살, 네안데르탈인 때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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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넌 네안데르탈인 닮았어."

이 말은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에서는 모욕적인 언행에 속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뒤처진 미개한 종으로 치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현생 인류의 몸에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존재할 뿐 아니라 과거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했다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시각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은 인간의 먼 친척이었던 셈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생 인류에게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복부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유전자 역시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류 뱃살의 원인이 어쩌면 네안데르탈인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2014년 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가 1~3%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머리카락을 생성하는 유전자, 크론병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전됐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물론 다툼도 있었겠지만 짝짓기를 했다는 설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내용이었다.

지난 5일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미국 워싱턴대 등 공동 연구진은 크로아티아 빈디자 동굴에서 발견된 여성 네안데르탈인의 뼛조각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 밖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빈디자 동굴에 살고 있던 네안데르탈인의 변이 유전자 16개가 현대인에게 전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16개에는 콜레스테롤과 비타민D의 혈중농도를 조절하는 유전자, 류머티스 관절염, 조현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동아시아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약 2.3~2.6% 물려받았으며 서아시아와 유럽인들은 1.8~2.4% 물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또한 호모 사피엔스는 예상보다 일찍 네안데르탈인과 짝짓기를 하며 유전자를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향후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몸속에서 생체균형을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날 막스플랑크연구소가 학술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에 현대인 11만2000명의 DNA를 분석해 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는 현대인의 몸속에서 햇빛에 대한 반응 DNA가 남아 있다"며 "피부가 햇볕에 그을리는 속도나 피부색, 심지어 햇빛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 등도 네안데르탈인의 유산"이라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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