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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4월 16일 이후 우리가 지나온 시간…세 작가의 '녹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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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아트스페이스풀서 김영은·김지영·임영주 展

연합뉴스

임영주, 대체로 맑음,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30초, 2017
[아트스페이스 풀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관여했던 종교단체의 정체를 파헤치는 뉴스가 쏟아졌다.

임영주 작가는 당시 미신과 같은 이야기를 전하는 데만 몰두하는 언론에 불편함을 느꼈다. "언론들은 그러한 미신만, 불순물만 없어지면 합리적인 세상이 된다고 믿는 것 같았어요.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고 느꼈죠."

당시 우리 사회 한쪽에서 슈퍼문에 열광하는 모습도 임 작가의 눈에는 기묘하게 비쳤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SNS에 올리기 어렵던 당시에 슈퍼문만큼은 열광해도 괜찮아, 라고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사람들이 (억눌렀던) 감정을 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를 '잘못된' 길로 잡아끄는 헛된 믿음이 과학의 세계에는 과연 없을까. 임 작가의 눈길을 끈 것이 기상예보였다.

기상예보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지만, 얼마든지 아전인수식 분석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과거를 전하는 대부분 뉴스와 달리, 경쾌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등장해 앞날의 일을 전하는 기상예보는 임 작가에게 일종의 주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6분 30초 길이의 임 작가의 신작 '대체로 맑음'은 과학을 말하면서도 비과학적인 것을 쫓는 세태, 그러면서 진짜 문제는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풍경을 되짚는 영상 작품이다.

'대체로 맑음'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전시공간인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17일 개막한 '녹는 바다' 출품작 중 하나다.

'녹는 바다'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현재로 끌고 온 작업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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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파랑 연작, 종이에 오일파스텔, 각 50x50cm, 2016~2017
[아트스페이스풀 제공=연합뉴스]



전시는 사회 전체를 슬픔에 빠뜨렸고 그 참사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굳이 다시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작품 세 점을 통해 우리가 변한 것은 무엇인지, 또 되새겨야 할 것은 무엇인지 답을 찾으려 한다.

김지영 작가의 '파랑' 연작은 삼풍백화점 붕괴, 대연각호텔 화재 등 1950년대부터 세월호 즈음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비극적인 사건들을 오일파스텔을 활용한 푸른 풍경으로 불러낸 작품이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김지영 작가는 "'사고'로 일어난 일들은 사실은 구조적 문제로 일어난 '사건'"이라면서 "어떤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출발점이 되는 것이 응시이기에 이러한 '사건'들을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옆에 앉은 이성희 아트스페이스풀 디렉터는 "수십 년간 반복된 사건들을 모으고 병치하고 현재화하는 과정 자체가 특정한 반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보다 훨씬 강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은 작가의 '소리의 살'은 홍콩 우산 혁명의 생일축하 노래를 허밍으로 반복해 들려준다.

누군가 메가폰 버튼을 잘못 눌러 흘러나온 이 노래의 반주에 군중이 함께 호응했고, 이후 시위 분위기가 험악하게 고조될 때마다 누군가가 이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곤 했다.

한 명의 허밍으로 시작한 작품은 끝날 즈음에는 수십 명이 함께 하는 허밍과 박수로 변화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이 디렉터는 "평범한 노래가 정치적 의미가 있게 되는 맥락의 전이를 다룬 작품"이라면서 "지난겨울 한국에서 있었던 시위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각자 여백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문의 ☎ 02-396-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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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소리의 살, 멀티채널사운드 설치, 스피커, 나무벽, 6분4초, 2017
[아트스페이스풀 제공=연합뉴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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