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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강원도 폐교서 예술 꽃피운 세계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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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문화올림픽 ④ ◆

매일경제

영국 졸리 비안&레올리엔느가 서커스, 무용, 연극을 결합한 야외극 `나를 던져줘`를 공연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15개국의 문화예술 작품을 전국 각지에서 선보이는 `월드컬처콜라주` 프로그램이다. [사진 제공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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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돌아봐도 산밖에 안 보이는 강원도 평창 폐교. 긴 금발을 풀어헤친 스웨덴 무용수 잉그리드 로스보그(36)가 긴 나뭇가지를 들었다. 바람결에 흔들리듯 움직이던 그의 몸은 종국에 나무 형상과 비슷해졌다. 두 팔을 나무줄기처럼 벌리고 머리카락을 나뭇가지에 붙였다. 작품 제목은 '마이 파트 오브 디스 월드(My part of this world)'.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본다는 생각을 확장시킨 작품이다.

푸른 눈의 무용수는 왜 폐교를 개조한 복합문화공간 '평창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춤을 추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평창문화올림픽 일환으로 마련한 국제 레지던시 '첩첩산중X평창' 덕분이다. 대한민국과 평창을 세계의 문화예술로 풀어내기 위한 창작 프로그램이다. 로스보그를 비롯해 20·30대 외국 예술가 15명, 국내 예술가 5명이 지난 9월 20일부터 동고동락하면서 예술 불꽃을 태우고 있다. 문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 국가와 지역, 전통과 현재를 연결하고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평화와 화합, 문화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로스보그는 "대자연 속에서 여러 국가의 다양한 예술 장르 아티스트들과 함께 생활하고 대화하면서 영감을 얻었다"며 "서로를 보듬고 도우며 자극을 주는 작업 과정이 올림픽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열린 자세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깊고 푸른 평창 숲은 세계 예술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이스라엘 재즈 베이시스트 에후드 에툰(30)은 무용수이자 안무가 정지혜(34)와 협업 공연 '자연과 반자연에 대한 탐색'을 만들었다. 음악으로 세상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에툰은 북핵 위기에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무사히 치러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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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 폐교를 개조한 `평창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열린 국제 레지던시 `첩첩산중×평창`에 참가한 세계 각국 연주자들이 합주를 하고 있다.


정지혜는 "이번 레지던시 작업이 한국 예술의 다양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러 나라 문화가 융복합되는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예술을 소화하는 대중의 잔근육도 발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설치미술가 주리 스즈키(35)는 평창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작품을 구상했다. 바위의 파편 외에도 숙소 빨래 건조대, 사진, 에세이, 무용 등을 접합한 작품을 설치했다. 그는 "첩첩산중 평창의 자연은 내 고향 후쿠시마와 겹친다"며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두 나라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축구 선수 출신 브라질 시각예술가 이고르 비도르(32)는 올림픽과 평창 사람들의 관계를 모색하는 영상과 설치 미술을 준비했다. 피리 연주자 김시율(31)은 네덜란드 리코더 연주자 베로니카 톨레나르(25)와 2중주로 동서양 선율의 화합을 이뤘다.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 연주자 뭉크진 푸렙쿠(27)는 한국의 전통적 소리를 재현한 작품 '한오백년'을 완성했다.

두 달간 평창에서 길러낸 이 작품들은 22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0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공간 행화탕 등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15개국의 문화예술 작품을 전국 각지에서 선보이는 '월드 컬처 콜라주'도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의 예술가들이 서커스 야외극, 설치미술 등을 11월 초까지 선사하고 있다. 월드 컬처 콜라주의 모든 공연, 전시, 교육은 무료이며 자세한 정보는 평창문화올림픽 공식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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