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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리뷰] 신념의 물리적 구현···파 프롬 더 놈 '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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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파 프롬 더 놈 '젠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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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프롬 더 놈 '젠 20:20'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억누르는 규범에 저항하는 정신. 지난 13일~14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한 영국 무용단체 '파 프롬 더 놈(Far From The Norm·FFTN)'의 신작 '젠(GEN) 20:20'은 추상적인 신념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강렬한 작품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무용 페스티벌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SIDance)를 통해 처음 한국을 찾은 파 프롬 더 놈은 힙합 기반의 실험 공연을 하는 단체다.

영국의 떠오르는 젊은 안무가 보티스 세바(26·Botis Seva)가 이끄는데, 몸짓을 통해 세찬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젠 20:20' 역시 마찬가지다. 감옥이 연상되는 공간에서 괴롭히는 자들과 괴롭힘을 당하는 자의 묘사는 사회 구조에 내재된 폭력성을 엿보게 한다.

힙합을 기반으로 한 동작들인 만큼 순간마다 많은 힘이 실린다. 계속되는 비트에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음악의 육화(肉化)다. 막대기를 장총 또는 지팡이로 변형시켜 활용하는 군무는 절도감이 배어 있었다.

특별한 장치 없이 몸짓만으로 보여주는 서사적 힘이 대단한 이유다. 인간의 몸 자체가 어떠한 말이나 글보다 파괴력이 크다는 걸 증명한다.

결국 이 같은 의지는 서사의 승리다. 빛, 희망으로 상징화할 수 있는 조명을 무용수들이 정면으로 대면하는 순간에 정점을 찍는다.

젠은 기원, 발생을 뜻하는 '제네시스(genesis)'의 약자다. 기술이나 장치 없이 기본, 즉 본능으로 돌아가려는 원초적인 몸짓이 쾌감을 선사한다.

서울세계무용축제와 함께 영국의 크라잉 아웃 라우드, 한국의 프로듀서 그룹 도트가 공동제작한 작품으로, 다양한 인종이 함께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여성 무용수가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고 남성 무용수와 구별 없이 같은 동작을 하고 같은 파괴력을 선사하는 점이 돋보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와 잉글랜드예술위원회(ACE)가 조성한 '2017 한-영 문화예술 공동기금'이 지원하는 작품이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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