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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터치식 자동문, 남녀공용 화장실···‘어서와'가 보여주는 낯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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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MBC every1(엠비씨 에브리원)에서 방영 중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가 화제다. 프로그램은 한국에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외국인들의 첫 여행기를 담고 있다. 이들을 한국으로 초대한 이는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몬디, 독일의 다니엘 린데만 등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유명해진 한국 거주 외국인들이다.

‘외국인 출연자, 여행, 체험형 리얼리티’라는 최근 방송가의 주요 트렌드를 모두 담아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했지만, 인기는 예상보다도 더 크다. 일단 <어서와>는 개국 10년을 맞은 엠비씨 에브리원에 처음으로 3% 시청률을 넘긴 프로그램으로 기록됐다.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 연예인의 친구들은 모두 방송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지만, 일부는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미 유명인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어서와>는 어떻게 시청자를 사로잡았을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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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산낙지만큼 낯선 ‘터치식 자동문’

지금까지 이탈리아, 멕시코, 독일, 러시아, 인도까지 총 5개국의 친구들이 방문하며 다양한 여행기를 보여준 <어서와>가 시청자에게서 얻는 가장 큰 반응은 ‘신선함’ 그리고 ‘낯섦’이다. 긴 세월 전혀 다른 문화와 생활방식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이국 땅에서 겪는 당황스러움은 전통적인 외국인 예능의 웃음 포인트다.

다만 지금까지의 한국 예능이 이 웃음 포인트를 주로 김치를 먹고 매워하고, “불고기 마시써요”라거나 “한복 이쁘다”를 연발하는 외국인들에서 찾았다면, <어서와>는 좀 더 생활 밀착형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약 4박5일간의 여행을 통해 여행자들이 맞이하는 실생활의 낯섦을 통해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멕시코와 독일 친구들이 특히나 어려워했던 ‘터치식 자동문’이 그 예다. 닫힌 문을 열 방법을 몰라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고 버튼 앞에서 당황스러워하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는 외국인 친구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한국 그중에서도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서울은 첨단 도시 문화의 첨병과 같은 곳이다. 이 때문에 여행자들이 놀라는 지점은 한국이 가진 고유한 정서 외에도 발달한 도시 문화에 대한 낯섦일 수 있다. 흔히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유럽 국가들이 아직까지도 번호키를 사용하기 보다 “열쇠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는 방송인 다니엘의 말을 들으면 외국인 친구들이 ‘터치식 자동문’ 앞에서 당황스러워했던 것이 이해가 된다. 좁은 땅에 다닥다닥 들어선 상점과 높은 땅값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서일까 특히나 ‘남녀 공용’ 화장실이 많은 점은 멕시코 친구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점이기도 하다.

결국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여행하는 이들에게서 낯선 재미를 뽑아내려면 도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친구들을 섭외해야 한다는 전제가 생기게 된다. 이는 제작진 역시 고민하는 지점이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는 문상돈 PD는 “문화권이 달라야 재미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외국인들의 출연 요청이 꽤 있는 편인데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많다”며 “예를 들어 미국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도시 문화 측면에서 한국과 굉장히 비슷한 면이 많다”고 말했다. 문PD는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권이 재밌지 않을까 싶어 방송인 샘 오취리를 만나기도 했다”며 “다만 오취리의 친구들이 한국에 이미 방문한 경험이 많아 보류 중”이라고 했다.

■여행기라기보단 캐릭터 드라마

<어서와>의 여행 일정은 모두 외국인 친구들이 직접 구성한다. 이들이 주로 여행 책자나 인터넷 블로그 등을 참고해 여행지를 선택하기 때문에 일정이 비슷하게 겹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일단 짧은 여행 기간 탓에 지역은 서울로 집중된다. 특이한 식문화를 접해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 산낙지 에피소드가 거의 매회 등장한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방송을 구해내는 것은 외국인 친구들의 캐릭터다. 대단한 여행 일정이 없었음에도 멕시코 편이 호평받았던 것은 비행기를 놓치고도 걱정이라곤 없는 안드레이, 한국 걸그룹을 좋아하는 수줍은 청년 파블로, 매워도 절대 맵다고 말하지 않는 자칭 상남자 크리스토퍼 같은 매력적인 인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편 역시 서대문 형무소, 경주 등 잘 짜인 일정과 더불어 대장 역할의 직진남 페터, 역사선생님이면서 한국을 사랑하는 마리오, 어리숙한 매력을 뽐낸 다니엘의 캐릭터 쇼가 재미를 줬다.

문 PD는 “초대자 역할을 하는 외국인 방송인에게 대여섯 명의 친구들을 추천받는다. 이후 지면 인터뷰로 이들의 캐릭터를 파악해 최종적으로 세 명을 선정한다”며 “주로 ‘본인은 기분이 좋거나 나쁠 때 어떻게 행동을 하느냐’ 이런 질문을 하는데, 친구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캐릭터 구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친구들이 여행지에서 느끼는 점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최대한 편집 없이 방송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 편에서 친구들이 겪은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곧 방영될 인도 편은 ‘부자 친구들’이라는 점으로 캐릭터를 특화하기도 했다.

물론 지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친구들이 대부분 한국에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방문해 주로 “훌륭하다”, “멋있다”라는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서와>가 ‘외국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욕망을 채워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 PD는 “일부에서 국뽕(심한 국가주의)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안다. 제작진 역시 그런 부분은 정말 싫어한다”며 “그러나 여행 전에 친구들에게 미리 안 좋은 점은 얘기해도 좋다고 강조해도 잘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여행을 즐기겠다는 마인드로 방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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