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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나는 '집사'가 될 준비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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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고양이.(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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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모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스코티시폴드 종 고양이가 도도한 자태로 '집사'들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린다. 구김살 없고 천진난만한 행동과 커다랗고 둥근 눈, 우아한 자태를 본 집사들은 이내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만다.

과거 쥐를 잡는 동물로만 생각했던 고양이가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로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동물을 대하는 기존 가치관과 다른 문화 환경이 조성되고 대가족 중심에서 노령인구, 1인 가구, 딩크족 등 소규모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고양이를 통해서 위안 받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훈련시키지 않아도 화장실에 대소변을 스스로 보거나 자주 목욕을 시키지 않아도 냄새가 나지 않고, 짖지 않아 소음이 없으며, 적은 공간에서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기를 수 있는 고양이의 장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집 고양이들은 평균 15~18년을 생존한다. 세계 최장수 고양이인 '크림퍼프'는 37년(사람나이 165세)을 살았고, 또 다른 고양이 '더스티'는 18년 동안 살면서 42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았다.

이처럼 고양이와의 생활은 수십 년간 희로애락을 함께 해야 하기에 입양 전 고양이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평생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한순간 외모에 혹해 혹은 일시적 충동에 빠져 장난감 가게에서 움직이는 로봇을 사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고양이를 대할 때 '영물'이라 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다른 나라를 방문해서 현지 수의사들과 이야기해 보면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개의 숫자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고양이만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고양이 전문병원들이 성업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 고양이를 양육하는 초보 집사들이 알아야 할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집사가 되기 전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 '나는 과연 집사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주거 환경인가' '가족 구성원과 충분히 상의 했는가' '장기적으로 지출되는 병원비와 필요한 용품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고양이 입양 전에 유의할 사항도 있다. 새끼 고양이를 데려올 것인가 성묘를 데려 올 것인가를 생각한다. 어린 고양이를 데려오면 정을 빨리 붙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질병 감염에 쉽게 노출되고, 사회화가 잘 되지 않은 경우 훈육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초보 집사인 경우 어려움은 더 많다. 이에 반해 성묘인 경우 돌보기 수월하고, 보호소에서 지냈거나 가정에서 입양된 고양이들은 새 가족과도 비교적 빨리 친해진다.

어떤 종을 선택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순종 이외의 반려동물을 일반적으로 잡종이라 호칭하는데 이는 부정적인 어감 때문에 '믹스'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는 고양이의 고유 특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순종 고양이의 의미는 전문 브리더에 의해 몇 세대에 걸쳐 유전적인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고양이들을 번식한 후 혈통관리를 체계적으로 한 종을 말한다.

유전적인 변형을 통해 크기나 형태, 털갈이, 특정한 털 색깔과 무늬, 성품 등 그들만의 독특한 특징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심장비대증, 골연골이형성증, 다낭포성신부전 등 유전적 질환을 가질 수 있고 가격 또한 비싸다.

반면,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새끼를 데리고 오면 적지만 고양이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아주 강하다.

암컷이나 수컷 중 무엇을 선택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암컷은 발정기 때 큰 소리로 수컷을 불러 상당히 시끄러운 반면, 수컷은 영역 표시로 오줌을 찔끔찔끔 싸고(spray) 다른 수컷들과 자주 영역싸움을 한다.

그러나 불임수술(spay or neuter)을 하면 별 차이가 없다. 고양이는 번식력이 강하므로 다 함께 할 능력이 없을 경우 불임수술을 하여 기르는 것이 좋다.

털이 긴 종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털이 짧은 종을 선택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털이 짧은 고양이는 털 손질이 비교적 쉬운 반면, 털이 긴 고양이는 털 손질에 신경을 써야하며 샴푸 후엔 반드시 빗질을 해줘야 엉킴을 방지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고양이를 함께 할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고양이는 각 종류마다 각기 다른 성품과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보호자의 개성이나 생활방식에 따라 잘 선택해야 한다.

민첩하고 활동적인 고양이를 좋아하면 털이 긴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호자가 집에 오래 같이 있으면 상냥하고 애교 있는 고양이(러시안블루, 싱가퓨라, 코니시 렉스, 맹크스, 페르시안 등)를 선택하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잘 지내는 고양이(아메리칸숏헤어, 브리티시숏헤어 등)를 택해야 한다. 일부 고양이(샴, 오리엔탈숏헤어, 버마)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특히 싫어한다. 특이한 색깔이나 무늬의 고양이(이집션마우, 오리엔탈, 버만, 코니시렉스, 데본렉스, 스코티시 폴드, 히말라얀, 페르시안 등)도 있다.

고양이를 어디서 데려올지도 고려해야 한다.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직접 데려 오거나 유기동물보호소 혹은 동물병원 등에서 입양하는 방법, 본인의 취향에 맞는 고양이를 펫숍이나 전문 캐터리를 통해 입양하는 방법이 있다.

외모, 크기, 월령, 가격 차이가 있는 만큼 되도록 여러 곳을 둘러보면서 많은 고양이를 보는 것이 좋다.

또 최근에는 통신판매를 통한 사기가 횡행하고 있으니 충분히 검증되고 신원이 확실한 캐터리를 통해 입양해야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고양이의 조건은 무엇일까. 건강한 고양이는 행동이 활기차고, 외관상 깨끗하고 반응에 민감하다.

눈은 맑고 투명해야 하며, 눈곱이 끼어 있지 않아야 한다. 털은 벼룩 등 외부기생충이 없어야하고 전제적으로 부드럽고 윤기가 있어야 한다. 귀는 분홍빛을 띠고 귀진드기가 없고 갈색 분비물이 없이 깨끗해야 한다. 코는 차갑고 촉촉해야하고 콧물이 없어야 한다.

한 마리를 데려올지, 두 마리를 데려올지도 결정해야 한다. 한 마리를 데리고 있다 보면 고양이가 심심해하는 걸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두 마리를 입양하려는 이들이 많지만 연령 차이가 나면 서로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때문에 조건이 된다면 고양이가 서로 의지할 수 있고 사회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함께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꼭 챙겨야 할 사항이 있다. 예방접종 여부, 구충제 투약 기록 카드, 그동안 먹었던 사료나 화장실 모래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고양이는 질병에 감염되어 병균이 잠복할 경우가 많고 새로운 환경 변화로 질병이 악화되기도 하니 곧바로 동물병원에서 범백혈구감소증백혈병, 면역결핍증, 귀진드기 곰팡이 피부병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 질병들은 사람이나 집에 있는 다른 고양이에게도 전염되는 질환이고, 비싼 가격을 주고 분양받은 고양이라면 책임소재를 정확히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고양이 입양은 새로운 가족구성원을 맞이하는 것이다. 입양 전 고려해야할 중요한 요소를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직, 이사, 결혼, 임신, 유학, 여행, 행동적인 문제,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수많은 고양이들이 동물보호소에 보내지거나 파양되기도 한다.

고양이는 15~20년을 동고동락하는 대상이며, 그 기간 동안 삶의 변화를 함께 해야 하는 존재이므로 평생 아끼고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임시 보호를 통해 적응한 후 입양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보자. 또한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어떤 종을 떠나 하나 같이 귀엽고 예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지 말고 입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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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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