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첼로가 전하는 선율
18일 가회동성당서 듀오 리사이틀
카이스트 전문연구원 고봉인,
노부스 콰르텟의 문웅휘 만남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항상 멀리서 바라보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후배 첼리스트죠”(고봉인), “2006년 봉인 형의 레슨을 청강하면서 처음 보았어요. 10년이 지난 지금 함께 무대에 오르다니 많이 설렙니다”(문웅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젊은 첼리스트가 한 무대에 오른다. 첼리스트이자 카이스트 전문연구원인 고봉인(32)과 한국 대표 현악사중주 ‘노부스 콰르텟’의 첼리스트 문웅휘(29)이다. 두 사람은 18일 서울 가회동성당에서 하이든 현악2중주와 비발디 첼로,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소나타 5번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둘이 함께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첼로 단 두 대로만 꾸미는 듀오 무대도 평소에 접하기 드문 공연이다.
이데일리와 서면으로 먼저 만난 고봉인은 “첼로 앙상블은 익숙해도 첼로 듀오 무대는 국내에 많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침 (문)웅휘 씨에게 좋은 제안 받아 성사됐다. 웅휘 씨가 있는 현악사중주 노부스 콰르텟의 팬으로서 나를 선택해줘 감사하다”고 웃었다.
문웅휘도 “좋은 연주자에게 자주 붙는 수식이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녹여낸다’는 말이다. (고)봉인 형에게 잘 어울리는 문구다. 음악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마음을 담아 연주한다”며 그와 무대에 서는 이유를 대신했다.
두 사람은 첼리스트 정명화(73)에게 사사 받았다. 그만큼 호흡도 잘 맞을 것이라고 봤다. 고봉인은 “실내악을 너무나 훌륭하게 해내는 웅휘 씨의 리드를 잘 따라가면 될 것 같다. 두 가지 직업을 갖다 보니 실내악을 좋아하지만 자주 연주할 기회는 없었다”며 겸손해했다. 문웅휘는 “둘 다 정명화 선생님께 배운 만큼 음악을 이해하는 시선이 비슷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무대도 기존과 다르다. 클래식 공연장이 아닌 북촌의 가회동성당이다. 문웅휘는 “이제껏 연주했던 레퍼토리와는 색깔이 달라 참신한 연주를 꾸려볼 생각에 조금 색다른 장소를 찾았다”며 “보통 첼로 듀오 무대도 기교가 많거나 가볍게 프로그램을 짜는 경우가 흔한데 이번엔 둘의 성향을 고려해 음악적 깊이가 있는 곡들로 꾸미려고 고민했다. 바로크부터 낭만시대의 유명한 작곡가 곡들이지만 자주 연주되지 않되 낯설지 않는 곡을 골랐다”고 했다.
두 대의 첼로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어떨까. 고봉인은 문웅휘의 연주 스타일에 대해 “매우 깨끗하면서도 정이 있다. 음색이 깔끔하고 윤기가 나지만 속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함이 있다”며 “마치 맛이 깊은 아메리카노 같다”고 했다. 반면 자신에 대해선 “진한 에스프레스라고 생각한다. 때론 너무나 솔직하다”며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부각되는 좋은 연주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첼로의 매력에 대해선 두 사람 모두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문웅휘는 “현악기 중 가장 안정적인 소리를 낸다”며 “바이올린처럼 화려한 연주는 물론 더블베이스처럼 묵직한 연주도 가능한 표현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악기”라고 소개했다. 고봉인은 “음의 범위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하다. 첼로만으로 앙상블 혹은 듀오를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다.
어떤 연주자가 되길 바랄까. 첼리스트이자 생물학자인 고봉인은 우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문웅휘도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포용력 있는 인간이 되길 바랐다.
“연주자로서, 과학자로서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의과학이나 음악뿐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말이나 행동이 많은 이들에게 힐링과 영감을 선물했으면 합니다”(고봉인). “나에게든, 누구에게든 많은 질문을 던지고, 존경하는 아르토 노라스 스승처럼 인생을 음악에 헌신할 수 있는 연주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하”(문웅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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