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호령했던 향수 블록버스터
‘옵세션’‘라이트 블루’ 새 버전 나와
당시 광고 모델·비주얼도 그대로
향이 의외로 트렌드 안 타는 영역
익숙한 향 되살리기 전략 잘 통해
요즘 이 같은 냄새의 기억 소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향수 브랜드가 많아졌다. 1990년대를 호령했던 향수 블록버스터들이다. 요즘은 아무도 모를 니치 향수를 써야 세련됐다고들 하지만 전에는 달랐다. 대학가 지하철 한 칸을 온통 같은 향으로 물들일 만큼 너도나도 같은 향수를 뿌려야 유행 좀 아는 사람으로 대접받았다.
1993년에 촬영한 모델 케이트 모스의 사진을 그 대로 활용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2017년의 캘빈클라인 ‘옵세스드’(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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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전라의 케이트 모스 사진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캘빈클라인 ‘옵세션’ 광고(1993). |
2001년 출시돼 커플 향수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 특히 2007년 공개된 남 성 모델 데이비드 갠디의 커플 화보가 유명하다(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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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가 2017년 5월 라이트 블루 오 인텐스로 다시 돌아왔다. 과거와 동일 한 남성 모델, 비슷한 포즈를 취한 광고가 인상적이다(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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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이도 프레이그런스(향수) 홍보를 담당하는 한성림 한피알 대표는 “최근 90년대 향수를 리론칭(re-launching)하는 게 트렌드”라며 “그 향수를 아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소환시키고,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게 다가가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향수에 부는 복고 영향
90년대 향수의 부활은 패션계 전반에 부는 복고 바람과 무관하지 많다. 조향 전문교육기관 센토리 대표인 김아라 조향사는 “패션과 향수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복고 유행으로 당시를 대표하는 정체성 확실한 향수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아예 새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작은 것도 리론칭 트렌드에 한몫한다. 아무래도 익숙한 향에 대한 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다. 향수 편집매장 메종드파팡 대표인 김승훈 향 컨설턴트는 “성공한 제품에 기대어 비슷하게 출시하는 향수를 아예 플랭커(flanker) 향수라는 카테고리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플랭커는 측면 방위부대라는 뜻으로, 오리지널 향수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 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플랭커 향수는 익숙한 향으로 어필해 성공을 보장받는 전략이다.
샤넬 ‘N°5 로(L’Eau)’, 디올 ‘미스 디올’, 이세이 미야케 ‘로디세이 퓨어’(왼쪽부터). [사진 각 브랜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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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되살리기 전략이 향수에서 유독 잘 통하는 이유가 뭘까. 김승훈 향 컨설턴트는 “향이 의외로 트렌드를 타지 않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마치 입맛처럼 향수도 트렌드보다는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 등에 좌우된다는 얘기다.
밀레니얼을 잡아라
최근 향수 시장도 패션과 마찬가지로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에게 온통 맞춰져 있다. 2017년 8월 출시한 불가리의 골데아 더 로만나이트, 9월에 나온 에르메스의 트윌리 데르메스, 엘리 사브의 걸 오브 나우 등은 모두 젊은 향수를 표방한다.
이처럼 새로운 향으로 밀레니얼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 브랜드는 오래된 향을 소환해 같은 목적을 달성한다. 캘빈 클라인의 옵세스드, 돌체앤가바나의 라이트 블루 오 인텐스,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 퓨어가 그렇다.
복고 유행과 함께 소비문화가 폭발했던 90년대의 패션·뷰티 트렌드가 요즘 들어 재평가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지금 봐도 낡지 않은 세련된 감성의 그 시절 광고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흔하고 쉬운 향수가 향수를 처음 사용하는 밀레니얼세대에게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향수를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에게 요즘의 니치 향수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향수들이 아무래도 향수 입문자에게 더 적합한 향이란 해석이다.
낡은 감성으로 잊힐 뻔했던 옛 향기가 젊은 세대에게 오히려 새롭고 낯설게 다가가고 있다. 패션은 돌고 돈다거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유효한 이유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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