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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타클라마칸' 조성하 "영화가 현실의 비극 막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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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저예산영화 '타클라마칸'

몰락한 중년 가장 연기한 조성하,

"묵직한 역할 해왔지만,

실제 성격은 푼수데기.

재미있는 코미디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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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중년 가장을 연기한 영화 '타클라마칸'(고은기 감독)으로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조성하. [사진 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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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여태 영화제 온 것 중 제일 빡빡한 일정이에요.” 그 한 마디로 실감했다. 요즘 배우 조성하(51)의 인기. 그는 올해 영화 ‘타클라마칸’(고은기 감독)으로 오랜만에 BIFF를 찾았다. 2004년 ‘미소’(박경희 감독)로 처음 영화제에 다녀간 뒤 10여 년을 개근하다, 몇 년간 발길이 뜸했다. 특히 ‘동네의 영웅’(2016, OCN) ‘THE K2’(2016, tvN), 특별 출연한 ‘병원선’(방영 중, MBC)까지, TV 드라마 촬영이 잇따른 지난해와 올해는 숨 돌릴 틈 없이 바빴다. 지난달 종영한 ‘구해줘’(OCN)의 음흉한 사이비교주 백정기 캐릭터가 방점을 찍었다. “될지어다.” 한 마디로 좌중을 압도했던 그의 서늘한 백발(무려 열여섯 번 탈색했다!)은 어느새 검게 물들어 있었지만, 장난스레 농담하다가도 예리하게 파고드는 눈빛만은 여전했다.

“조성하씨에게는 선악의 얼굴이 함께 있어요.” 고은기 감독이 들려준 캐스팅 이유다. 주목할 만한 신작을 소개하는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타클라마칸’은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동명 사막에서 제목을 따왔다. 삶을 사막 여행에 비유한 고 감독은 “이토록 고통스러운,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했다. 재개발 구역 빈집 폐자재를 훔쳐 살아가는 이혼남 태식(조성하)은 노래방 도우미 수은(하윤경)과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수은은 철거지역 한복판에 암매장된다. 얼어붙은 도시락을 삼키며 중산층을 꿈꿨던 중년 가장의 몰락. 어린 아들에게 그저 헌신적인 아버지였던 태식은 점점 더 난폭한 울분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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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타클라마칸&#39;은 살아있다는 것의 고통, 그 의미를 묻는 작품. 조성하는 재개발구역 빈집 폐자재를 훔쳐 살아가는 이혼남 태식을 연기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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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해.” 조성하는 태식 역을 울며 중얼대는 이 대사로 함축했다. “태식은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돌아오는 보상은 없어요. 세상이 다 자신을 안 도와준다고 생각하죠. 거기다 그에게는 하찮은 (다른 사람에겐 중요한) 문제들이 충돌하며 어마어마한 무게로 덮쳐와요. 그 피로감이 태식의 내제된 충동을 폭발시킵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하는 대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만 좀 하고 싶다. 그만, 살고 싶다’라고. 어떤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느꼈어요. 자살이나, ‘묻지 마’ 범죄, 고작 돈 몇 푼에 사람을 죽이는 사건들은 오랜 축적과 억눌림 속에서 나오잖아요. 그 비극의 발로를 막을 사회적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타클라마칸’이 그런 이야기를 거창하게 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태식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출연했습니다.”

‘타클라마칸’의 촬영은 올 초 ‘THE K2’ 촬영을 마친 직후 2주간 속행됐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철거지역 등 험난한 로케이션. 저예산인 만큼 촬영 여건은 녹록치 않았다. 태식이 극단에 다다르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해질녘 시간에 쫓겨 가며 최대한 감정을 실었다. “일단 카메라가 돌면 배우는 책임지고 무조건 (그 장면을) 만들어내야 해요. 아쉬움도 남지만, 의미 있는 작품을 함께 완성해나간다는 마음으로 고은기 감독과 호흡을 맞췄어요.” 조성하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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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영화에 그려지는 혹독한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오랜 축적과 억눌림에서 발생하는 자살, 묻지마 범죄 같은 비극을 막을 방도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34;는 조성하 [사진 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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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영화제 일정을 마치면 한동안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그간 드라마로 사랑받으면서 들떴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꾸준히 운동해서 체력 관리도 할 참”이라고. 차기작 계획은 있을까. “아직은…” 말을 줄이던 그가 “여태 나랑 닮은 역할을 못 만나봤다”며 씩 웃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무겁고 고뇌에 찬 인물을 주로 맡았는데 실제 성격은 어리어리한 푼수데기에요(웃음). 뮤지컬 ‘캣츠’에서 탭댄스 추는 바퀴벌레 역으로 데뷔했잖아요. 남들 안 웃으면 심심해서 장난도 많이 쳐요. 근데 그런 줄 아는 감독님들도 나를 어떻게 써야할지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아요. ‘부시맨’처럼 뛰라면 뛸 수도 있어요. 재미있는 코미디에도 불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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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부산 해운대 백사장 야외 무대인사를 가진 조성하.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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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무대인사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39;타클라마칸&#39; (왼쪽부터)고은기 감독과 배우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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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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