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1년에 받아들이는 난민의 수가 20만명을 넘어서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일 기독민주당(CDU)과 집권연합을 구성중인 기독사회당(CSU)의 호르스트 제호퍼 대표와 10시간에 걸쳐 회담한 결과다.
그간 메르켈 총리는 난민 상한선을 설정해야한다는 기사당의 주장에 ‘독일 헌법에 배치된다’며 거부의사를 밝혀왔으나, 사실상 기존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상한(Upper limi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또 난민이 대량 발생하는 등의 상황에서는 의회의 동의를 거쳐 수용 난민수를 높이는 장치도 마련한다.
그간 좌파정책을 끌어안는 실용적 모습을 보여온 메르켈 총리가 난민 정책에서 사실상 방향을 전환하기로 한 까닭은 지난달 총선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 기민·기사연합은 246석에 그친 반면,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94석을 차지하며 약진했다.
연립정부 구성이 필수가 된 만큼 메르켈 총리로서는 난민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양측은 망명 신청자와 구직이민자를 구분하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에도 합의했다.
가디언은 “두 정당간의 협의가 이뤄지며 메르켈 총리가 소위 자메이카 연정(기민·기사연합-자유민주당(FDP)-녹색당)을 향해 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협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용정책을 요구해 온 녹색당의 시몬 피네르 대표는 “자민당·녹색당과의 연정을 위한 예비회담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메르켈 총리는 조만간 자민당, 녹색당과도 회담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난민 상한으로 제시된 20만명에 대해 비현실적인 목표는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독일에 입국한 난민 수는 각각 89만명, 28만명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난민 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심지어 새로운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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