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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연합시론] 한반도 상황 안정적 관리, 미국에 강하게 요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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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국면에 처했다. 폭언을 주고받으며 극단적 적대감을 표출해온 북한과 미국이 군사적 대결도 마다치 않겠다면서 마주 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던져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틀 후 성명을 통해 '사상 최고 초강경 대응'을 공언했고, 당시 유엔총회에 참석 중이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태평양에서의 역대급 수소탄 시험' 가능성을 흘려 국제사회를 경악게 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신이상자"라고 비난하면서 미국 등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이면 "가차 없는 선제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방은 가열됐다. 즉각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뒤이어 미국은 지난 주말 심야에 '죽음의 백조'라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를 북한 동해의 최북단 국제공역까지 투입하는 독자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이 작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심장하다. 하나는 미국이 실제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고, 또 하나는 군사옵션을 사용하더라도 한미 연합전력 개입 없이 미군 단독으로 작전을 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일각에서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언급했던 '서울을 중대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옵션'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북한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리 외무상은 2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선전포고'를 했다고 비난하고, 북한 영공을 침범하지 않더라도 격추할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가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 국방성은 무력시위가 "국제공역에서 이뤄졌다"면서 북한의 '선전포고' 주장을 일축하고 B-1B 비행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사용하겠다"고 맞받았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개인 차원을 포함해 양국 간에 극한적 적대감이 겹겹이 쌓이고 있어 어느 한쪽이 건드리면 폭발할 위기국면이다.

우발적 군사충돌로 번질 수 있는 북미 간 치킨게임의 악순환을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 설사 미국이 단독으로 대북 군사작전을 벌인다 해도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수 있고, 그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어서다. 그때 초래될 막대한 인적·물적 희생은 대부분 한국의 몫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방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한반도에서 또 한 번의 전쟁은 안 된다"면서 군사적 충돌과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한미 양국의 안정적인 상황 관리를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26일 전경련 주최 특별대담에서 "6·25 전쟁 이래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며 "우발적 충돌은 한·미·일 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꼭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선 전쟁도 불사해야 하지 않느냐는 국내 일각의 정서에 대한 경고로도 들린다. 지정학적 위치상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가 아니다.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는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한 철저한 대북 군사대비 태세에서 비롯된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정교한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강력한 다자·양자 제재를 통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대화에 임하도록 압박하는 한편, 미국에도 냉정한 접근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는 했지만, 우발적 군사충돌과 '코리아 패싱'을 예방하려면 정부는 이번과 같은 미국의 단독 군사작전을 쉽게 용인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다. 하지만 더는 극단적 발언과 행동은 삼가고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점차 커지는 국민의 불안감을 완화할 정부의 대책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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