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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퇴직연금 DC형으로 갈아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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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머니투데이

얼마 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교육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육이 끝난 다음 A씨(55세)가 다가와 "지난달 퇴직연금을 DB(확정급여)형에서 DC(확정기여)형으로 바꿨는데, 잘 한 결정인지 모르겠다"며 물어왔다. "왜 그랬느냐"고 되물었더니 "회사가 임금피크에 해당하는 직원은 바꾸는 게 좋다"고 해서 "그랬다"고 했다. A씨는 바른 선택을 한 것일까.

직장인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것이 법제화되면서 임금피크제를 함께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도 도입비율은 2015년 27.2%에서 2016년 46.8%로 늘었다. 여기에 향후 도입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답한 기업도 7.1%나 된다. 근로기간에 비례해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서열방식 임금제도'와 달리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일정한 나이부터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 보통은 정년연장으로 늘어난 근로기간 동안 일정한 비율로 급여를 줄여나간다. 그렇다면 임금피크제와 퇴직연금은 무슨 관련 있기에 회사가 종업원에게 퇴직연금을 변경하라고 하는 걸까.

이는 퇴직연금 종류에 따라 퇴직금 계산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DB형부터 살펴보자. DB형 가입자는 퇴직할 때 퇴직 직전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계산식만 보면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면 퇴직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까지나 임금이 계속 오를 때만 그렇다.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퇴직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만약 A씨가 임금피크제 이전에 25년간 일하던 직장에서 퇴직한다고 가정해보자. 퇴직 당시 평균임금이 400만원이라면 A씨는 퇴직금으로 1억원(400만원×25년)을 퇴직금으로 받는다. 하지만 A씨가 앞으로 5년 더 일하는 대신 매년 10%씩 임금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A씨의 근무기간은 5년 늘어나 30년이 되지만 퇴직직전 평균임금은 절반으로 줄어들어 200만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A씨는 5년 뒤 퇴직금으로 6000만원(200만원×30년)을 받게 된다. 5년이나 더 일하고도 퇴직금은 4000만원이나 적게 받으라면 어느 누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DC형 퇴직연금제도를 함께 도입한 다음 임금피크에 이르렀을 때 근로자에게 DB형을 DC형로 바꿀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다. DB형과 달리 DC형은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운용책임을 진다. 회사는 근로자가 1년 일할 때마다 한 달치 급여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근로자의 DC계좌로 이체하고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한다.

그럼 다시 A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A씨가 임금피크 시점에 DC형으로 전환하면 어떻게 될까. 먼저 임금피크 시점까지 이미 발생한 퇴직금(1억원)은 바로 A씨의 DC계좌로 이체된다. 그리고 앞으로 퇴직까지 남은 기간 5년 동안에도 매년 발생하는 퇴직급여가 DC계좌로 이체된다. 이렇게 되면 DB형에서처럼 일을 더하고 퇴직금은 덜 받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임금피크제도 도입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에서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기도 한다. 매년 성과에 따라 연봉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 퇴직금도 덩달아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DB형 퇴직연금 제도하에서는 근로자가 평가를 잘 받아 연봉이 인상된 해에 퇴직하면 퇴직금을 더 받지만 연봉이 큰 폭으로 삭감되면 퇴직하면 퇴직금을 덜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 매년 그 해 연봉에 맞춰 한 달치 급여가 퇴직금으로 적립되므로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DC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걸까. 그렇지는 않다. DB형과 달리 DC형 가입자는 본인의 퇴직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하고 운용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소위 '자기주도형' 연금자산관리를 해야 한다. 퇴직금은 노후생활비 재원인 만큼 안전하게 운용해야 하겠지만 요즘 같은 저금리 시기에는 원리금보장상품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따라서 근로자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관한 지식과 자산운용 노하우를 쌓아두어야 한다. 회사 또한 근로자의 노후준비에 필요한 생애설계와 자산관리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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