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詩의 뜨락] 농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선태

내 사랑은 이승과 저승에 두루 뻗쳐서

밤마다 꿈의 밤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네.

너는 이승에서 내가 놓친 대물 농어

그 어떤 물고기로도 대신할 수 없는 월척.

네 퍼덕이는 영혼을 다시 건져 올리기 위해

이승의 경계 너머 저승까지 찌를 흘렸지.

생의 절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어느 날이던가

마침내 농어가 낚시를 물고 늘어졌네

세계가 감전된 듯 밤새 전율이 계속됐지.

수면을 박차고 치솟는 요란한 바늘털이로

이승의 잠이 은비늘처럼 부서져 내렸지.

그렇게 너는 전설처럼 내 뜰채에 담겼지만

끝내 너의 영혼을 이승으로 견인할 수 없었네.

눈을 뜨자 다시 돌려보내는 것으로

내 오랜 기다림의 농어 낚시는 끝났네.

-신작시집 ‘한 사람이 다녀갔다’(천년의 시작)에서

◆ 김선태 시인 약력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간이역’ ‘작은 엽서’ ‘살구꽃이 돌아왔다’ ‘그늘의 깊이’ △애지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목포대 국문과 교수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