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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北 바닷길도 차단… ‘경제적 고사작전’으로 코너 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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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과 파장은/北 다녀온 선박·비행기, 美입항 금지/ 이란핵협정 때도 유사한 카드 꺼내/ 경제적 이해보다 국가안보가 우선/ 北과 연루 땐 외국 금융기관도 제재/“北의 무모한 행동 줄이는 게 목표”/ 제재에 무릎 꿇을 가능성은 낮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의 대외무역과 운송 및 금융거래를 차단함으로써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사시키려는 전략을 동원했다. 트럼프 정부는 21일(현지시간) 우선 북한과의 중요한 무역거래에 관련된 외국 금융기관이 미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담은 대북 독자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국제경제계는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 기업과 은행은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기 어렵다. 미국이 이번 제재를 통해 노리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미국은 2005년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조치를 취해 북한에 중대한 일격을 가했다. 중국의 다른 은행들은 BDA와 거래를 계속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계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을 우려해 BDA와 거래를 끊었다. 미국이 이란을 제재해 협상장으로 끌어내 이란핵협정을 체결할 때에도 이번 대북 제재와 비슷한 카드를 동원했다.

세계일보

북한과 거래한 중국 등의 은행은 미국 내에 대리계좌나 환계좌 개설 및 유지를 할 수 없고, 금융거래를 차단당한다. 북한의 항구와 공항을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 및 북한 항구에 기항했던 선박에서 물건을 옮겨실은 선박도 180일 동안 미국 입항이 금지된다. 북한이 국제무역을 해운물류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겨냥해 물류이동 차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외국 금융기관이 북한과 연루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중요한 거래를 하면 이 금융기관의 미국 내 계좌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다. 금융기관뿐 아니라 북한과 상품, 서비스, 기술 거래를 한 기업이나 개인도 미국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제재를 받는다. 미국은 그동안 이 같은 강력한 금융제재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유보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경제적 이해’보다는 ‘국가안보’가 우선이라며 이 조치를 단행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무역거래 등에 필요한 물류의 이동을 봉쇄한다. 미국은 북한을 다녀온 선박이나 항공기의 미국 입항을 금지함으로써 부분적인 대북 해상봉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북한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한 외국의 기관, 기업, 개인을 모두 제재 대상에 올렸다. 건설, 에너지, 금융서비스, 어업, 정보기술(IT), 제조업, 의료, 광업, 섬유, 운수업 관련 기업과 개인이 모두 제재를 받는다. 북한의 항만 시설을 소유, 운영, 통제하거나 북한과 상품, 서비스, 기술 등을 한 번이라도 거래한 사람은 미국과 거래할 수 없는 제재 대상자가 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주로 북한 군부와의 교류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나 이제 그 대상을 사실상 모든 산업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제재에 무릎을 꿇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우리는 제재가 늘 먹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렇지만 북한의 수입을 감소시켜 무모한 행동을 줄이도록 하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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