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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中, ‘北 숨통죄기’ 美와 이례적 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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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협의 거쳐 제재 동시 진행/中, 北 대외거래의 90% 차지/美와 충돌 가능성도 배제 못해/美 “中 겨냥 조치 아냐” 선긋기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경제적 숨통을 죄는 제재를 사전 협의를 거쳐 동시에 단행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은 21일(현지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금융기관·개인이 미국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북제재 조치를 단행하기 앞서 중국 측과 협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전화로 새로운 대북제재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행정명령 설명하는 美 재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글로벌 금융망을 이용하는 것을 돕는 외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내용의 새 대북제재 행정명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중국은 북한 대외거래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은행·기업·개인을 제재하면 그 대상의 90%는 중국 측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번 제재를 이행하면서 중국과 협력할지 아니면 충돌할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지난 18일 일선 은행에 공문을 보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과의 신규거래를 중단하고, 현재의 대출 규모도 줄일 것을 지시했다. 또 북한 고객에게 유엔의 대북제재를 준수하고, 국제적인 의무를 다하기 위한 조치임을 설명하라고 권고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예봉을 피하고보자는 중국의 전략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도 중국과의 충돌에 부담을 느끼는 듯 이번 조치가 중국 등 특정 국가를 겨냥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타깃은 오직 한 나라이고, 그것은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인민은행의 조치를 언급하면서 “매우 대담한 조치를 이행한 데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한다”면서 “다소 예상치 못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우 총재와 향후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번 조치는 특별히 중국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 모든 이를 겨냥한 것이며 우리는 그들(중국)과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유엔 안보리 발언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와 협력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 국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인민은행이 중요한 조치를 했으나 문제는 이행 여부이고, 중국의 후속 조치가 없으면 미국이 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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