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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반드시 불로 美를 다스릴것" 태평양서 수소탄 시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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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 트럼프 연설에 직접 말폭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해 직접 비난 성명을 발표하며 한반도 긴장 관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 성명에서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줴친(떠든)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고강도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 내에서는 이번 성명의 무게감을 이전 북한의 반발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국제사회를 향해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김일성·김정일 집권 시기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로도 처음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최고지도자 명의의 성명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겨냥해 괌 포위사격에 버금가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고강도 군사 도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는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다음달 10일에는 노동당 창건일도 앞두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10월 10일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어떤 조치가 되겠는지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면서도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밝혀 긴장 수위를 더욱 높였다.

리 외무상의 발언이 국제사회를 위협하기 위한 '말폭탄'일 가능성이 높지만,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이 모의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해 시험발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다만 태평양상 수소탄 시험은 1996년 유엔에서 체결된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만큼 가뜩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도 철회되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미치광이' 등으로 칭하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으로 올라앉아 세계의 모든 나라를 위협·공갈하며 세상을 여느 때 없이 소란하게 만들고 있는 트럼프는 한 나라의 무력을 틀어쥔 최고통수권자로서 부적격하며,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집권자는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발언은 고사하고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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