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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문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북핵, 유엔·다자 역할 강조…“안정적 관리 중요” 절박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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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언급 안해…“안보 공동체 정신 구현을”

트럼프 호전적 발언 염두 ‘평화’ 단어만 30번 사용

기조연설 내용 및 의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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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북한 문제였다. 북한은 15분 연설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참석한 다른 정상들 역시 문 대통령 입에서 가장 듣고 싶은 관심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한·미동맹이라는 말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유엔의 역할과 다자 안보협력을 북핵 문제 해법 구상에 끌고 들어왔다.

이는 일차적으로 유엔 무대에서 하는 연설이라는 점과 관계가 있다. 그럼에도 미국에만 의지해서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이 기후변화, 난민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한 역할을 점점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그런 점이 더 선명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맺어진 한국과 유엔의 관계를 강조하며 평화유지군(PKO) 활동, 기후변화, 난민 문제에 기여해온 점을 강조했다. ‘소득주도 성장’ ‘공정 경제’라는 패러다임을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개발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중재 노력을 요청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에서 유엔 역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한다”며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 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이라는 화두를 다시 불러냈다. 동북아 다자 안보체제는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던 것으로 새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 구상을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경제 비전을 바탕으로 한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에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물론 북핵 문제는 미국이 나서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다. 문 대통령 시도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는 절박한 시도들 중의 하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유엔 연설에 이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그다음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포함하는 한·미·일 3국 정상 오찬 회담을 하면서 한·미동맹이 기본축임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평화’라는 단어를 30번으로 가장 많이 썼으며 “안정적 상황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뿐만 아니라 이틀 전 “북한 완전 파괴” 등 호전적인 유엔 데뷔 연설로 혹평받은 트럼프 대통령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말을 인용한 부분에서 문 대통령의 의중이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레이건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혀왔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옵션에도 반대한다’는 바람을 표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뉴욕 |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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