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충격 기아차 잔업·특근 중단...근로자임금 연 수백만원 감소

인당 연간 최대 740만원↓...차생산 4만1000여대 감소 예상

"잔업 없이 생계 힘든 협력사 직원들도 문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기아차 사옥이 교통 표지판 너머로 보이고 있다. 2017.8.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추가수당이나 특근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넓어졌음에도 잔업 및 특근 최소화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감소하는 '통상임금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25일부터 평일 추가 업무인 '잔업'을 없애고, 휴일 근무인 '특근'을 최소화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기아차 근로자들이 받는 실질임금은 연간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740만원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기아차가 잔업중단 등의 결정을 내린 것은 '통상임금 1심 패소'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1심에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됐고, 상급심에서도 동일하게 판결이 날 경우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잔업과 특근에 대한 수당이 늘어난다.

◇잔업중단시 연간 100만원, 특근 못 하면 최대 740만원 감소

업계에서는 기아차 상여금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통상임금이 50% 정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잔업수당과 특근수당 역시 동일하게 약 50%씩 증가하게 된다.

기아차는 현재 영업이익률이 3%대에 불과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감내하기는 힘들다고 판단, 잔업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차 안팎에 따르면 잔업이 완전히 없어질 경우 근로자 1인당 연간 100만원 정도의 임금이 감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줄어드는 평일 근로 시간은 2개조 합쳐 매일 30분의 잔업을 중단하기 때문에 월 10시간, 1인당 5시간 정도 감소한다.

여기에 특근까지 사라질 경우 임금 감소분은 더 커진다. 기아차는 주말 근무를 뜻하는 특근을 매월 노사간 협의를 통해 얼마나 할 지 정한다. 즉 시장 상황이나 노사 조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특근 축소에 따른 임금 감소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근로자 1명이 주말마다 하루씩 최대 8시간(평일 근무시간 적용)을 한다고 가정해 최대치를 구해볼 수 있다. 이 경우 특근이 사라지면 월 32시간의 특근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잔업중단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640만원 정도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 물론 이 계산은 특근을 최대치로 한다고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감소분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근무 수당 못 받으면 생계 어려운 협력사 직원 어쩌나"

일각에서는 기아차 근로자보다 협력업체와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아차의 잔업중단에 따른 생산 감소로 인해 협력사 역시 매출 감소를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협력사는 추가 근무 등을 하지 않으면 직원들의 생계가 어려운 곳도 있다. 이런 곳은 기아차가 생산을 줄이면 잔업이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직원들의 임금 감소로 이어진다.

기아차는 잔업 중단이 연간 4만1000여대의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아차 국내생산량(132만대)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기아차 직원은 임금이 줄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을 수 있겠지만, 2, 3차 협력사들은 기아차 생산 감소에 따른 타격이 크다"며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 근로자들이 잔업을 자청하는 곳도 많은데…"라고 우려했다.
jinebito@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