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공룡들, 과감한 M&A로 '미래 준비' 박차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로 사업재편· 투자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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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글로벌 IT업계에 ‘총성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애플이 한미일연합 일원으로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을 인수한 지 하루 만에 이번엔 구글이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HTC의 인력과 지적재산권을 인수키로 했다.
삼성전자(005930)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옴짝달싹 못하는 사이 경쟁사인 애플·구글은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멀찌감치 앞서가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구글은 21일 HTC의 스마트폰 연구개발 부문을 11억달러(약 1조2460억원)에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픽셀폰 개발에 참여했던 HTC 인력을 흡수하고, HTC가 보유한 특허를 비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모바일 운영체계(OS)의 대표주자인 구글의 HTC 인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체제로 굳어진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만한 변수다. 구글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VR(증강현실) 기술을 구현할 디바이스 사업에도 본격 진출할 전망이다.
지난 20일에는 도시바가 애플이 3000억엔(약 3조200억원) 이상을 투자한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도시바메모리 공동 인수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번 인수로 낸드플래시의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게 된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가격 협상력을 강화하는 한편, SK하이닉스와의 제휴도 적극 모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IT공룡기업들의 거침없는 영토 확장에도, 삼성전자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총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M&A와 투자, 사업구조 재편 등이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6건의 M&A를 발표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5000만달러(약 570억원) 미만의 ‘소규모‘딜’ 딱 1건만 성사시켰다.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던 지난 2014년 이후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외부 수혈해 경쟁력을 키웠지만, 경영 공백 이후로는 굵직한 의사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이 버티고 있지만, 임기내 실적을 내야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윤부근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IT업계는 빅데이터, IoT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워낙 변화가 빨라 개인적으로 무섭고, 잠도 잘 못 잔다”면서 “(이 부회장 부재로) 3~5년 후 비전과, 목표에 가기 위한 사업 재편·M&A가 모두 멈춰섰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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