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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퇴근후 카톡 금지? 페북 금지도 생각해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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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카카오와 네이버도 구글, 페이스북과 똑같은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어야 한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35)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모처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에 종종 논란이 되고 있는 역차별 문제를 짚은 것이다.

임 대표는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간 승부는 이용자들의 사용시간 점유율 싸움"이라며 "카카오보다 수백 배 큰 기업들이 차지하는 점유율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응하는 게 무척 버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전과 비교하면 이젠 글로벌 기업 서비스가 국내 이용자들 삶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 동안 이용되고 있다"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도 (마치 국내 포털처럼) 이용자들이 뉴스 등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카카오와 네이버만 (정부의) 강력한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로부터 제안받은 '퇴근 후 카톡 금지 방안'도 역차별 사례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최근 카카오 본사를 찾아와 '퇴근 후 근로 문화 개선'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며 이를 돕기 위해 카카오톡에 '예약 발송'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대표는 "구글 금지법, 페이스북 금지법, 인스타그램 금지법과 같은 맥락의 요청"이라며 "정부가 추가 기능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연결되지 않을 권리'도 존중한다. 하지만 이는 사회 전체의 합의가 필요한 일이지, 한 기업의 서비스를 추가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임 대표는 "인공지능(AI)에 주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파트너사와 힘을 합쳐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각각 AI 파트너 제휴를 맺었다. 21일에는 롯데정보통신과 협약을 맺고 전국 롯데리아 지점에 비치된 무인접수대(키오스크)에 카카오 AI 플랫폼인 '카카오I'를 탑재하기로 했다.

그는 이 같은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포털 '다음'과 카카오톡은 국내에 집중하고, 해외에서는 웹툰·게임 등 콘텐츠로 승부를 낸다는 전략이다. 임 대표는 "카톡이나 포털 다음을 해외에 가지고 나가는 건 쉽지 않다"며 "웹툰·게임 등 콘텐츠는 중국, 일본에서 성과가 나고 있어 더 열심히 해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로서 실패 경험도 솔직히 밝혔다. 취임 후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키웠지만, 지난해 말부터 사업을 축소했다. 그는 "심혈을 기울인 카카오 드라이버 서비스가 초반 실적이 부진한 것을 보고 판단 미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가사도우미(홈클린) 등 여러 서비스를 접는 건 고통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집중해야 할 부분이 좀 더 뾰족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인터넷 기업 대기업집단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근 공정위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대기업 총수로 지정해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각종 규제를 하기로 결정했다. 임 대표는 "공정위 요청에 따를 것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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