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상인들 의견 협의해보겠다” 되풀이
-점주들 “생존권ㆍ대안을 마련해달라” 응수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준비가 너무 안돼 있어요. 용역연구 계획도 발표 안됐다면서요. 이제 30년 돼서 나갈 때 됐으니까 나가라고 통보하는 수준 아닌가요?” (간담회에 참석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입점상인)
21일 오전 11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20평이 채 되지 않는 직원용 옥외 회의공간에 모여든 100여명이 넘는 상인들. 이들이 이날 한국 철도시설공단에 요구한 메시지는 같았다. “너무 졸속하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정확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1시간30분 가량 이어진 간담회 자리는 오랜시간 설전과 고성이 오갔다.
롯데 영등포점 임차업체 간담회가 21일 오전 한국 철도시설공단 주최로 열렸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영등포역 민자역사 점용허가 기간만료에 대한 입점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국가귀속 반대한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상인들이 내건 플래카드.‘졸속행정 시정하라’. 이날 자리에 참석한 상인들의 플래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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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 측은 영등포역과 구서울역, 동인천역 등 각각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상인단체 측이 설립 후 약 30년간 점용해 온 공간에 대한 임차 만료 조치 방침을 밝혔다. 지난 1987년 임차가 시작된 이래 올해 12월말이면 만 30년을 맞는 점포들이다. 이에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 측은 동인천역 역사공간은 해체, 나머지 2개 역사에 대해선 국가 귀속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철수작업은 지지부진하다. 기간 만료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임에도, 여기에 관련된 용역 연구가 현재 진행중이다. 국토부 측은 이에 “향후 1~2년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의 임차기간을 임의로 연장해주겠다”며 잠시 입장정리를 보류해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에서 매장을 임차한 상인들은 여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국가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상인은 “용역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2년간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너무 사업이 졸속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녹소리를 높였다.
다른 상인도 “민자역사가 철수하게 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철도공사도, 대기업 롯데도 아니다”며 “우리가 많은 피해를 입는데 여기에 대해선 전혀 생각을 안해준다”고 하소연했다.
또 국토부와 공사측이 지나치게 상황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공사 측이 철수 공문을 보낸 것은 지난 2015년, 백화점 임차업체들은 최소 5년에서 많게는 10년간 사업을 생각하고 투자를 진행한다. 임대차보호법을 통해서 5년간 임차인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최근들어 10년으로 이 권리의 확장이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2015년 공문 접수 즈음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입차한 업체는 향후 1~2년간 유예기간을 얻더라도 3~4년간의 영업만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한 상인은 “매장을 임대하고, 임대료를 납부하고, 인테리어 하는데 1억도 들고…. 다양한 부대비용이 든다”며 “영업을 5년 미만하면 큰 적자를 보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상인은 “2015년 공문만 보냈을 뿐, 이후 협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않고 계약종료가 4개월 남은 시점에 우리 앞에 섰다”며 “상황에 대한 전혀 이해가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 상인이 간담회 자리에서 언성을 높이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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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공사 측은 “이같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상부에) 보고하겠다”는 의견만을 반복했다.
은찬윤 민자역사관리단 단장은 “역사는 원칙적으로 30년간 임차한 후 국가에 귀속하는 것이 맞다”면서 “롯데가 점포를 계속해서 임차하고 활용하는 것은 지나친 헤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협의해 보겠다” 또는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으로 일관했다.
현재 기간이 만료될 경우, 영등포역 민자역사는 원상회복과 국가귀속, (기존 임차사업자의) 임차기간 연장 등 세가지 대안이 선택 가능하다. 원상회복은 기존 철도 시설을 기존 역사 개발 이전으로 회복시키는 것, 국가 귀속은 국가가 해당 건축물의 활용권을 확보하는 것이고, 점용허가 기간 연장은 기존 업자에게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식이다.
정부의 선택은 현재 국가귀속이다. 당국은 시설물을 국가귀속시킨 후 일부는 국가지자체 등에 활용을 맡기고, 나머지는 다른 사업자에게 재임차하는 방법을 고려중이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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