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연내 KT&G 주식 매각 계획 철회
은행권, 일회성 이익보다 보유 가치에 집중
기업은행 본점 © News1 |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금융업계가 보유 주식의 매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애초 내년부터 도입하는 새 회계기준(IFRS9) 도입을 앞두고 연내 주식을 매각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대규모 순익으로 연초 대비 매각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전날(20일) 연내 KT&G 보유지분 전량에 대한 매각 결정을 철회했다. 기업은행은 "매각을 통한 일회성 이익보다 자기자본비율과 추후 배당 수입 등을 고려해 계속 보유하는 것이 경영상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IFRS9 도입 후 대규모 주식보유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진다는 점을 우려해 KT&G 주식을 처분하기로 했다. 전날 종가 기준 평가손익은 약 7800억원. 하지만 최근 자기자본비율이 14% 이상으로 올랐고, 연간 배당수익(350억원)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보유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KT&G 주식 취득 후 누적 배당수익은 3518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KT&G 배당수입을 보면 시가대비 수익률이 3.5% 정도로 매각 이후 대체투자 수단도 마땅치 않다"며 "중장기적인 자본관리와 수익성을 고려하면 매각 철회가 기업가치에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연초 금융권에서는 보유 지분 매각 시점이 화제였다. 올해는 주식 매각 이익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되나 내년에는 IFRS9 영향으로 자본에만 반영된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KB금융은 내부적으로 포스코와 SK 주식에 대한 매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 시점을 두고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 전체를 봐도 상반기 중 신한금융이 비자카드 지분 800억원어치를 매각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매각 행보가 없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 매각 시점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순익이 크게 늘면서 일회성 이익을 서둘러 챙겨야 할 유인이 적어졌다고 해석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익이 크게 늘어 주당 배당금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는 한 배당성향을 올리기 어려워졌다"며 "하반기 일회성 매각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익 중 주주에게 나눠준 배당금 총액 비율이다. 기업에 대한 투자가치를 의미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하반기 주식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하반기 들어 연초 대비 평가손실이 나는 종목이 많아졌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주식 매각으로 대규모 이익을 실현하면 내년에 이익이 감소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규모 순익을 거둔 마당에 올해 굳이 무리해서 주식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리스크가 있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jyj@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