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목멱칼럼]사법부, 최후의 보루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 개혁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백혜련 국회의원] 지금까지 사법부에는 다섯 차례의 사법파동이 있었다. 1~3차 사법파동은 외부로부터의 사법부 독립성이 목표였다면, 4차 사법파동 이후부터는 사법부 내부의 민주화 문제가 주된 이슈로 자리 잡았다.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은 사법개혁의 전제다. 지난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판사 10명 중 9명이 대법원장과 법원장 등에 반하는 의사표시를 했을 때 불이익을 우려한다”는 응답을 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데일리

헌법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가 말하고 있는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라는 기관이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법관 개개인이 독립적인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때문에 만약 법관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면 이는 헌법이 정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다. 더구나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성 수호를 위해 노력해야 할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법원장은 어떤 자리인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대통령, 국회의장에 이어 의전서열 3위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각 3인을 지명할 수 있다. 또한 법관 3,000명을 비롯해 1만 6,000여개 자리를 임명·제청·추천·위촉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다.

신규 임용된 판사부터 대법관에 이르기까지 피라미드식 인사체계를 가지고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사법행정을 관리하는 현실에서 공정하고 독립적인 재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지명과 국회의 동의를 통해 선출된다. 사법부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기 대법원은 아쉽게도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긴급조치 9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한 것으로 유신헌법은 물론 현행 헌법에도 위반돼 무효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년도 지나지 않은 2015년, 전원합의체도 아닌 소부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개개인의 권리에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의 판례를 뒤집는다. 긴급조치권 발령에 정당성을 부여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일선 법관들조차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대법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판사의 회식자리 여검사 성추행, 성폭력 사건 담당 판사의 지하철 내 몰카 사건, 불법 변론과 전관예우로 수십억을 챙기다 구속된 전직 부장판사 사건 등으로 사법부의 도덕성에도 금이 간지 오래다.

2015년 OECD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법부의 신뢰도는 27%로 OECD 국가 42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주관해 매년 실시하고 있는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원’을 신뢰한다는 비율이 2013년도 41.0%에서 2016년도 29.8%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정한 의미의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는 한 요원하다. 사법부의 구성과 운영이 민주적 절차와 방식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그 구성원들의 인식과 관행에 있어서 과거의 특권의식과 서열의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법부 수장이 교체된다. 비 대법관 출신 대법원장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이번 인사는 정부의 사법부 개혁 선언”에 다름 아니다. 차기 대법원은 많은 과제를 안고 출범한다. 법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조사는 물론 대법원장 과도한 인사권의 분산 및 승진제도 개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상고제도 개선, 전관예우 근절 등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법원은 국민의 기본권과 정의를 수호하는 최후 보루다. 사법부 민주화는 법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