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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엎치락뒤치락 日도시바 인수전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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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말바꾸기

웨스턴 디지털과의 소송전 진행중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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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양희동 기자] 일본 도시바가 20일 이사회를 열고 SK하이닉스(000660)와 미국 헤지펀드 베인캐피털이 주축인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도시바는 조기에 최종 계약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협력 관계를 이유로 타 회사로의 매각을 막고 직접 인수를 모색한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WD)의 제안도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결국 더 좋은 조건을 내건 한·미·일 연합을 낙점했다는 게 닛케이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의 해석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의 최종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도시바는 지난 6월 말에도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그러나 WD가 일본 요카이치(四日) 공장 지분을 이유로 법원에 타 회사로의 매각 중단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미·일 연합과의 협상도 무산됐다. 이후 도시바는 8월 말 돌연 WD을 매각 대상으로 낙점하며 사실상 우선협상에 돌입했기도 했다. 또 한·미·일 연합과 WD은 물론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도 동시에 협상하겠다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왔다.

그사이 한·미·일 연합은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 일본 정부 측 자본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은행 등이 총 2조엔(20조원)을 투입한다는 기존 계획을 갖고, 미국 애플과 델 등을 끌어들였다. 도시바 반도체의 주요 고객사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판 뒤집기를 시도해 일단 성공한 셈이다.

도시바는 WD와의 소송전을 치를 위험이 남아 있지만 우선 한·미·일 연합과 계약을 맺은 후 소송 부분까지 일단락되면, 일본 정부 측 자본과 일본 대형 은행까지 한·미·일 연합에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또 도시바 스스로 분사할 메모리사업부 지분을 일부 남겨놓고 일정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 합계 지분율을 과반 이상으로 유지해 결의권이 외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원천 차단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여전히 매각 성공을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도시바는 WD와의 협상 과정에서 각국 반독점금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이유로 WD의 지분취득이나 경영권 개입을 차단하려고 했다. 이에 비해 WD는 지분 취득 없인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주식 매입 시점을 앞당기려 했다.

SK하이닉스도 앞으로 동종업체로서 협상에서 WD과 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앞선 협상에서 발목을 잡았던 WD와의 소송전 리스크도 여전하다. 애플·델 등이 실제 투자에 참여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시바는 최종 계약을 맺을 경우 WD과 폭스콘 등과의 교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최종 계약 전까지는 결정을 다시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현지 언론들은 한·미·일 연합이 매각 대상으로 낙점됐다지만 최종 계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의 주거래 은행들은 도시바가 9월 이내에 반도체 매각 본계약을 맺지 않으면 자금줄을 축소하거나 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 특성상 자금줄이 끊기면 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더욱이 각국 반독점금지법 심사가 6개월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하면 이달 본계약을 맺어도 실제 인수대금은 2018년 3월에나 받을 수 있다. 조금만 늦어져도 회계연도 2개년 연속 채무초과로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도시바가 시간에 쫓긴다는 건 현재로선 SK하이닉스 측에 호재다. 또다시 한·미·일 연합과의 협상 대신 WD과 미국 헤지펀드 KKR와 매각 협상을 벌일 시간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인수전이 마무리되면 반도체 업계는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 38.3%, 도시바 16.1%, WD 15.8%, 마이크론 11.6%, SK하이닉스 10.6% 순이었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26.7%로 독보적인 2위로 올라서 삼성전자의 바짝 뒤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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