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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창간 35주년 특별기획]국회 상임위원장 인터뷰<2>신상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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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연구자가 주도하는 연구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처럼 형식적인, 공무원 편의 위주의 연구풍토로는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진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도 이와 같은 시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비 '나눠 먹기식' 행태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원천기술과 기초과학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두고는 사업자에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여야가 대립 중인 공영방송 정상화를 놓고는 이로 인해 시급한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다음은 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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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방송 정책에 대한 평가와 제언이 있다면.

▲현재 국정 전반을 살펴보면 고용·복지 분야에서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인다. 반면에 산업·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이렇다 할 과학기술 정책을 내놓지 못한 이유는 정책을 집행할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중요한 경제성장 전략으로 기대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출범 전부터 용두사미가 우려된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재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 파동으로 주춤했다. 그러다 보니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과기혁신본부 국가 R&D 예산권 논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정책방향은 국가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실체 있는 조직구성과 신성장 동력을 회복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기혁신본부에 예산권이 없어 빈껍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민국이 노벨상 이야기만 나오면 잠잠해지는 이유가 있다. 일본은 과학 분야에서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무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 1위다. 그러나 성과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재정투입 효과를 중시하는 연구풍토 고착화가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를 뒤집기 위해 내린 처방이 주무 부처(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에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R&D 예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출범과 동시에 인사 실패로 시간이 늦어졌다. 게다가 국가재정법·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 있다. 현실화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곧 출범한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우리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장관 4명이 참여하는데 그쳐서는 의미가 없다.

과기혁신본부도 떠들썩하기만 하다. R&D 예산을 편성해도 기획재정부 선을 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예를 들면 지역 대학 연구소와 기업을 연계하는 사업이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대학과 산업 간 융합센터를 만들고 기업 기술 개발이나 경영 자문을 지원하는 취지였다. 기재부가 차단했다.

이런 일이 많다. 과기혁신본부도 기재부 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청와대 같은 권력기관이 신경 쓰고 법 개정도 해야 한다. 자율적인 예산편성, 이런 게 없으면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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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혁신본부에 예산권을 줘야 한다고 보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과기혁신본부가 (예산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R&D 예산 편성 등은 형식적으로 공무원 책상 위에서 이뤄졌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려면 연구자 주도 연구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도 필요하다. 연구비를 찢어서 나눠주는 것은 겉으로는 형평이다. 이제는 정책적 판단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 20조원이라는 큰 돈도 결국 각 부처 R&D 예산을 긁어모은 것이다. 부처별로 그 돈을 요구한다. 이 같은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는가가 중요하다.

철학이나 원칙이 없는 나눠먹기식 연구비 배정은 바뀌어야 한다. 말로만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혁신을 통해 중장기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과기혁신본부에 바라는 역할이 있다면.

▲추후 논의 과정을 거쳐 예산권을 가진다면 과기혁신본부가 또 하나의 옥상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구 현장과 수평적 소통, 협력을 반드시 도모해야 한다.

과기혁신본부는 연구 현장에서 과학자가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산권을 부여받은 후 자칫 몸집을 키우고 컨트롤타워로 통제기능만 강화하면 연구 자율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과기혁신본부는 범부처가 견지해야 할 정책방향과 각 부처 R&D 지출한도 설정 등에 집중해야 한다. 미세 조정은 각 부처와 수평적 소통이 바람직하다. 독창적인 연구를 격려하기 위한 소규모 연구, 도전적 연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세심한 배려도 수반돼야 한다.

-통신요금 인하가 정부 주도로 진행돼 우려가 크다.

▲정부의 통신요금 정책 취지는 공감한다. 조심스러운 것은 사용자가 곧 국민이라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이동통신을 이용한다. 정책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국민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혜택을 받는 사람은 1000원이 절감되는데, 사업자와 시장 입장에서는 엄청난 규모다. 통신비 절감은 저소득층과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지금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본료 '제로'라든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과감하게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마일리지로 통신비를 대체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지난해 말 내가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미사용 마일리지를 전기통신서비스 요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이동통신 3사의 이용자가 사용하지 않아 소멸한 마일리지가 2682억원에 이른다. 전체 마일리지 적립액의 73%다. 이런 부분만 조정해도 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난다. 마일리지 사용 고지와 처벌조항도 만들었다.

통신비 인하 정책이 사업자와 시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재투자를 저해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정책 수혜계층이 곧바로 피부로 느끼게 하려는 것 같다. '표심' '포퓰리즘'이 우려스럽다.

가계통신비 문제는 임시 처방이나 한 번의 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술·마케팅 경쟁 촉진이라는 본연의 정책이 작동하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합리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오히려 시장 실패를 낳고 이는 곧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오랫동안 지켜봤다. 가장 합리적 방법은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을 만들어 사업자 간 경쟁으로 국민에게 실질적 요금할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도모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제로화,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 기조는 어떠한가.

▲몇 일 전에 어린이집, 민간보육시설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큰 일 났다고 하소연하더라. 최저임금 인상되면 교사 1명 당 22만원의 급여가 오른다. 그런데 아이들 보육료는 1.8% 올랐다고 한다.

교사 1명이 아이 3~5명을 한 반으로 해서 돌보니까 한 달에 5만원 올랐다는 이야기다. 교사 1명당 17만원이 부담인 꼴이다. 자영업에 속하지도 않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지원한다는 자영업자 지원도 못받는다.

불만이 크다. 사립유치원도 파업한다. 비정규직 제로에 따라 기간제 교사들 기대만 잔뜩 올려놓고 끝났다. 기회의 평등은 무조건적인 평등이 아니다.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 직업이 있다. 반발이 심하니 정책을 추진하다 접는다. 그러면 또 기대하던 쪽에서 반발한다. 통합이 아니고 분열만 일으키는 꼴이다. 통합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데 여기저기 다 분란이다. 초반에 개혁을 못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당을 떠나 우려스럽다.

-내년도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R&D 예산안을 놓고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복지·노동·교육 분야에 전체 예산 절반가량인 210조원을 배정했다. SOC 예산은 4조원 넘게 줄었다. R&D는 제자리 수준이다. 지금 당장 국민에게 돈을 주는 포퓰리즘 예산은 크게 늘렸다. 성장 동력을 만들거나 미래에 투자하는 예산은 인색하게 배정했다.

정부안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미래산업 육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복지가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복지가 재정위기 도화선이 된다면 아무리 좋은 취지 정책이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SOC 분야에서도 고용을 비롯해 효율을 살릴 곳이 많고 복지도 전달 체계를 수술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회가 포퓰리즘 성향 복지제도를 걸러내 재정건전성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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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갈등이 최고조다. 법안처리도 뒤로 밀렸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여야가 첨예하게 입장이 다르다. 방송통신위원장은 야당이 인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말한 5대 인사 부적격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다. 상임위 채택도 안됐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임명하고 방송 공정성을 운운하고 있다.

언론은 사장은 바뀌어도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그 자리에 있다. 사장까지 민노총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려고 한다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이다. 적폐청산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언론 공영성을 훼손한다.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방송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돼야 과학기술 등 관련 법안도 통과되고 상임위가 제 역할을 한다.

방송 쟁점은 뒤로 미루고 4차 산업혁명 등 시급한 현안부터 다뤄야 한다. 지금은 해야 할 것도 쟁점이 되지 않는 것도 모두 막혀 있는 모양새다.

정리=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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