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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자수첩]정치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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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정치'와 '논란'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말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논란으로 번지고, 서로 물고 뜯는다. 필요하다면 본질을 왜곡해서 논란거리로 비화시킨다. 비난받을 일이지만 가끔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고급 기술이 된다.

정치와 논란을 때어 놓을 수 없다면 정치 수준은 논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렸다. 논란의 핵심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합의까지 끌어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수준의 국회다.

시선을 여의도로 돌리면 아쉽게도 논란만 존재한다. 4개 교섭단체의 정치 지형으로 인해 논란은 배가됐지만 대안을 제시하거나 화합하는 모습을 보기란 극히 드물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두고 벌어지는 여야 대립 양상 또한 다르지 않다. 국회는 이미 원전 비중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기본 방향 위에서 원전의 축소 속도와 비중 논의가 필요하지만 지금의 논란은 중구난방이다. '팩트'보다는 아전인수식 해석만이 자리한다. '아니면 말고'식 비방도 난무한다.

국회가 국민 판단을 돕기보단 눈을 가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뒤따를 사용후 핵연료처리 관련 공론화 과정에서는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 24기 가운데 월성은 원전 내에 마련된 중저준위·고준위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이 2020년 상반기에 가득 찬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시설 대책 고민이 시급하다.

여당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준을 세분화하고 손상된 핵연료 등에 대한 새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지난 정부에서 발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련법 통과가 우선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두 번째 공론화 과정에선 국회가 국민의 판단을 돕는 고급 기술을 보여 주길 바란다. 정치 목적이 상대방 흠집 내기가 아니라 발전된 대안 찾기임을 보여 주길 빈다. 협치를 외쳤지만 정작 '어떻게'라는 고민이 전혀 없는 국회를 계속 지켜보는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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