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제이(J)노믹스'의 근간인 소득주도 성장을 두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중하위 계층의 소득을 늘려 수요가 늘면,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다시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성장론이다. 문 정부 들어 저성장 시대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최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제4회 국가정책포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대논쟁'에서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 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단기적 성장을 위한 경기부양 정책에 그칠 수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95년 이후 장기성장률이 보수·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는 추세였다며 "이런 장기 성장추세 하락은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의 제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총수요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금융위기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며 "소득분배 개선이 인적자본 투자로 이어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지난달 말 국민의당 의원 워크숍에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실시한 임금주도 성장이 생산성 악화와 경쟁력 상실, 마이너스 소득창출로 이어져 재정위기가 왔다고 지적하며 "지속적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투자주도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힘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인도, 브라질이나 일본, 미국처럼 내수 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소득주도 성장 전략이 해외수요 격감에 따른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한국, 대만과 같이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출입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내수 위주의 소득주도 성장이 원천적 한계를 맞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만약 이런 방식의 성장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윤주도, 부채주도, 수출주도 경제 체제가 임금주도, 소득주도, 내수주도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5년 4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이같은 추세를 뒤집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거릴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 '외끌이' 성장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은 국내 전문가뿐만이 아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으로, 그렇게 하려면 공급도 같이 맞춰져야 하는데 이런 조치들은 경제성장 속도에 맞춰져야 한다"며 "너무 빨리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이 소외될 수 있으며, 비슷한 정책을 택한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고 조언했다.
정부 역시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혁신 성장이라는 또 하나의 축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경제구조나 사회구조로 봤을 때, 소규모 개방경제 측면에서 (소득주도 성장은)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도그마(교조)화하면 경제정책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동의한다"며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한 축에서는 수요 소득주도의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다른 한 축은 혁신 성장인데 둘 다를 지탱하는 기본은 공정경제"라며 혁신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에 앞서 1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혁신 성장이 덜 부각된 게 아쉽다며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 두 축이 함께 가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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