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교육부 합의 발표 때부터 말 엇갈려 부작용 예고
피해는 어린이·학부모 몫…"아이들 볼모로 장난" 비판여론 급등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교육부와 집단휴업 철회를 합의한 지 거의 반나절 만에 이를 뒤집었다.
한유총은 교육부 15일 오후 교육부 합의가 끝난 뒤 자정 무렵 최정혜 이사장 등 명의의 공지문을 회원들에게 보내 휴업 철회 번복 사실을 알렸다. 교육부와 휴업 철회를 합의하고 공식 발표한 것이 전날 오후 5시께였으니 불과 7시간 만이다.
이러자 일각에서는 휴업에 임박해 급히 추진된 한유총과 교육부 간 합의가 애초 불완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기관은 긴급간담회를 열고 휴업 철회에 합의한 다음 '정부가 사립유치원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에 노력한다'는 합의 내용을 공동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참석해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질의응답 과정부터 한유총과 교육부의 말은 엇갈렸다.
이희석 한유총 수석 부이사장은 "사립유치원하고 공립유치원하고 지원금 차이가 크게 나 사립유치원과 교사·학부모를 위해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교육부를 믿고 휴업 철회에 합의했고 합의가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아교육 정책 담당인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이 자리에서 "한유총이 구체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했지만, 지금은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별도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협의체를 구성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교육부는 합의 내용을 설명하는 보도자료에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담기도 했다. 사립유치원들은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반대한다.
이처럼 합의가 구체적 내용 없이 '노력한다'는 수준임이 알려지면서 아이들을 볼모로 한 집단휴업에 대한 여론 악화로 진퇴양난 상황에 놓여있던 한유총 집행부를 위해 교육부가 퇴로를 열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결국 이런 '보여주기식 합의'는 한유총 내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한유총 투쟁위원회는 16일 새벽에 낸 보도자료에서 "교육부가 합의사항이라고 보내온 것과 애초 합의사항을 비교해보니 '공사립 구분 없는 평등한 학부모 지원방안 마련' 등이 빠져있다"면서 "교육부가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철회 번복은 투쟁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유총의 한 지회장은 "이사회도 소집하지 않고 번복을 결정했다"면서 "지역에는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유치원의 휴업 안내문자(왼쪽)와 휴업 철회 안내문자(오른쪽)[독자 제공] |
휴업 철회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토요일 아침 갑작스럽게 휴업 철회 번복을 통보받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장난치나 싶고 어이가 없다"는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휴업이 철회될 줄 알고 연차휴가를 냈다가 취소한 직장인 학부모들은 더욱 당황스러워했다.
일부 학부모는 유치원비 반환을 청구하자며 관련 서류양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직장인 신모씨는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 주장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이나 정부 모두 전날 간담회 때는 물론 휴업 철회가 번복된 뒤에도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한유총 관계자는 간담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학부모들이 휴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립유치원장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투자하는지 학부모들이 알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해 비난을 자초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도 "휴업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만 밝혔을 뿐 별도 입장 표명은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휴업에 돌입하면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우선 임시돌봄서비스가 차질없이 제공되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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