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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취재파일] 현무 1발 실패…또 시작되는 국산 무기 돌팔매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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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5일) 오전 북한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쏘자 군은 6분 만에 현무-2A 국산 지대지 탄도 미사일로 대응 사격을 했습니다. 현무를 쏜 동해안 사격장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평양 순안비행장까지의 거리를 감안해 사격 실거리를 250km로 잡고 무력 시위를 한 것입니다. 북한은 순안비행장 외 여타 지역에도 미사일 발사차량을 보내 기만전술을 폈지만 군은 실제 도발을 할 곳을 정확히 짚고 있었고 실전이었다면 사전 격파했을 것이라며 대북 위협을 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했을 장면이었습니다.

다만 군이 어제 쏜 현무-2A 2발 중 1발은 표적을 정확히 때렸는데 다른 1발은 수초 만에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군은 체면을 좀 구겼습니다. 어제가 실전이었다면 아찔한 상황이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실전이었다면 훨씬 더 많이 쐈을 것입니다. 1~2발 오발은 병가지상사입니다.

하지만 1발 실패한 것을 두고 또 야단입니다. 현무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타격 수단 중 하나라며 킬 체인의 미래가 우려된다고도 하고, 비리와 연결된 치명적 결함이라고 단정하는 야박한 인심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패는 무기 개발에서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도 올해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여러 번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김정은은 미사일 과학자들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성공했을 때 과학자를 업어주고 안아주며 온갖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북한 미사일 과학자들이 신명나게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입니다. 1발만 실패해도 돌팔매질 당하는 우리나라와는 참 다릅니다.

● 현무-2A '2발 중 1발 실패'가 아니라 '20발 이상 중 1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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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올해 공개적으로 현무-2A를 6발 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면 은밀히 지켜보고 있다가 무력시위 차원에서 발사했습니다. 어제 1발 실패로 올해 성적은 6발 중 1발 오발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 현무-2A 전력화를 기준으로 하면 전력화 이후 처음으로 1발 실패입니다. 현무 미사일들은 전략 무기여서 통계가 공개되지 않지만 지금까지 최소 20발은 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발 중 1발 실패,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미국, 중국처럼 마음 놓고 쏠 장소가 없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20발 중 1발 실패했으면 성공 축에 듭니다. ‘미사일 강국’ 북한 미사일 대부분의 실패 확률도 이보다 높습니다. 실패 확률 0%에 도전해야 하겠지만 지구상에 그런 미사일은 없습니다.

한 미사일 개발 전문가는 “오히려 실전에서 현무가 추락하느니 이렇게 훈련에서 실패하는 편이 백배 낫다”며 “문제를 찾아서 수정하면 더 강한 현무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결함이 있으면 찾아서 수정하면 됩니다. 현무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단계 강해집니다. 모든 무기는 이렇게 단련됩니다. 이참에 현무를 철저히 검열할 필요도 있습니다.

● 킬 체인 미래의 양면(兩面)을 봤다!

어떤 매체는 군이 어제 현무-2A를 북한 도발 6분 만에 발사한 것을 두고 킬 체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중거리 미사일급 이상의 도발을 하루 전부터 정확히 탐지했습니다. 북한이 어제 미사일에 고폭탄이나 핵폭탄을 장착하고 미국을 공격할 계획이었다면 군은 선제 타격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킬 체인입니다. 폭탄이 없는 탄두였기에 북한이 쏘기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현무 대응사격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북한이 이곳저곳에서 정신없이 미사일을 꺼내들면 미군 정찰위성, 장차 우리 군이 띄울 정찰위성 5기가 일일이 탐지, 식별해 사격 좌표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킬 체인 미래의 어두운 면입니다. 킬 체인이 뚫리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가 북한 미사일을 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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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유력 매체는 "현무 1발이 처음으로 추락했다"며 "킬 체인이 구축에 문제가 없는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추락이 예사롭지 않은 일이고 킬 체인 역량이 미덥지 못하다고도 했습니다. 자존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비난입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무 1발이 헛나간 것은 킬 체인을 야무지게 구축하는 디딤돌입니다.

● 또 방산비리로 향하는 인심…이번엔 어떤 권력기관이 나서나

지난 달 국산 K-9 자주포에서 사격 도중 불이 났습니다. 사고 당일 장병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그럼에도 K-9은 지난 2009년부터 1,000문 이상 전력화됐고 최근 5년 동안 고장 건수는 1,700건에 불과한, 썩 괜찮은 자주포입니다. 1문 당 1년에 고장 1건이 채 발생하지 않았다는 수치입니다. 어지간한 승용차보다 고장률이 낮습니다. 해외에서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자 순식간에 부실, 비리 국산무기라는 오명을 썼고 사고 며칠 뒤에는 K-9을 생산하는 한화 테크윈이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4국은 내친김에 ㈜한화의 방산 부문에까지 손을 댔습니다. 국세청 조사4국은 청와대의 하명(下命)을 받고 청와대에게 밉보인 업체를 조사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요즘에야 안 그렇겠지만 정기 세무조사가 아니라, 노리고 타격하는 방식의 기획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세청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을 뿐, K-9 자주포에 사고가 나서 실시하는 세무조사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조사4국의 전적(前績)을 보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올해 한화와 비슷한 처지의 한 방산기업이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4국은 수백억 원을 추징해 갔는데 요즘 무더기로 뱉어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무리한 세무조사였다는 방증입니다.

국산무기에 탈이 났으니 감사원과 검찰도 곧 나서겠지요.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죽은 쥐보다 고요한데 요즘 군과 무기 관련 기관, 방산기업들처럼 만만한 동네북 앞에서는 한없이 가혹한 그들. 노력했지만 뜻대로 안 되는 성실 실패조차도 감사원, 검찰, 국세청 같은 권력기관에게는 그저 비리이고, 시류에 맞춰 성과를 쌓아줄 수단일 뿐입니다.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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