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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M&A 그 이후]군살빼도 팔기는 어려웠던 HK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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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MBK 인수 이후 기업 투명성 개선

저축은행 사태 속에서도 자체 체력으로 버텨

부실 매물 쏟아지면서 투자회수는 10년 걸려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사모펀드(PEF)는 매물로 나온 기업을 사들여 지배구조를 개선하거나 선진 경영기법을 동원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게 특기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사결정구조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부실화한 회사가 군살을 빼는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한때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저축은행 업계에 뛰어든 국내 최대 토종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행보는 PEF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다.

MBK는 지난 2006년 10월 HK를 사들였다. 수차례 유상증자, 공개매수, 장외매수를 통한 투입 금액은 20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HK저축은행을 인수한 MBK는 과감한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대부분 저축은행은 지역기반의 소매 금융이란 본업 대신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시장의 등락과 직결된 위험이 큰 사업이었다. MBK는 자본을 확충하고 부동산 PF에 집중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국내 상위 저축은행으로 성장시켰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사금고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 MBK는 2대 주주 현대캐피탈과 함께 경영을 시작하면서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 간 견제와 협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선진 지배구조 시스템을 장착했다.

대주주의 독단적 판단과 수익성에 매몰된 의사결정은 결과적으로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PF에 발목이 잡혀 연쇄 도산하는 비극으로 끝이 났다.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던 수많은 예금자 돈이 묶이거나 5000만원을 넘어가는 예금은 일부 때이기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 국내 10대 저축은행 중 HK만 유일하게 영업 정지를 면했다. 투명경영의 저력이었던 셈이다. MBK가 인수한 2006년 이후 10년간 흑자를 이어왔다. 고용도 대폭 증가했다. 인수 당시 245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던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약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물론 한편에서는 MBK 인수 이후 부실 PF대출이 이뤄졌고 과다한 배당을 통해 수익을 빼갔다는 시선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공이 훨씬 컸다는 의견이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PEF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많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HK저축은행 사례는 PEF를 통한 구조조정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MBK의 투자 회수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2008년부터 HK저축은행을 매각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부실 사태 등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부실저축은행이 잇따라 쓰러지고 매물로 나오면서 HK를 우여곡절 끝에 작년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즈에 투자원금 수준의 돈을 받고 팔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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