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잊을만하면 판을 깨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아이들은 이런 사람을 '관종(관심종자)'라고 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의 훼방꾼은 추 대표이고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도 추 대표. (국민의당을) 모욕해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도와주세요' 하는 것이 추 대표식 예법이냐. 즉시 국민의당에 대한 모욕을 사과하고 진정성 있게 설득하라"
지난 15일 대구에서 열린 국민의당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과시'와 '관종' '훼방꾼' '발목잡기'로 날카롭게 날이 선 논평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온라인이나 SNS에서 무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의 등장은 극에 치달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갈등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상징이었다.
발단은 추 대표의 '땡깡' 발언으로 부터 시작됐다. 추 대표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12일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땡깡' 부리고 골목대장질 하고 캐스팅보트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며 "자유한국당에 박수를 치는 국민의당은 이제 형제의 당이 아니다"라고 국민의당을 맹비난한 것이다.
추 대표의 돌발발언, 흔히 얘기하는 '돌직구' 발언은 사실 트레이드마크다. 오죽하면 별명이 '추다르크'겠는가.
지난 17일 제헌절을 맞아 국회에 여야 지도부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주호영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전 신규건설 중단’을 언급하며 “제헌절 행사를 국회에서 하니까 대통령이 헌법을 잘 안지키는 것 같아요. 제헌절에 대통령이 오셔야 할 것 같아요”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꼬았다.
추 대표는 바로 "헌법 잘 지키는 대통령 뽑아 놨잖아요. 새 대통령 뽑힌 걸 잊어버리셨구나"라고 응수했다. 헌법을 안 지킨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뼈 있는 농담'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사)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소식 및 학술토론회에서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부결 처리 탓인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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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의 모든 발언이 이처럼 능수능란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머리자르기' 발언으로 정국을 급랭시켰던 것이 불과 두달전이다.
지난 7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을 두고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하는 것은 머리자르기"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이같은 막말은 국민의당의 등에 비수를 꽂는 야비한 행태고, 묵과 할 수 없다"며 국회 일정 불참(보이콧)을 선언했다. 추가경정예산을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대립하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정상화를 위해 '대리사과'를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땡깡' 발언 이후 추 대표의 사과 없이는 의사일정을 협의하지 못한다며 버티고 있다. 또다시 대치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추 대표의 돌발발언이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가장 답답한 것은 추 대표 자신인 듯 하다. 15일 추 대표는 자신의 비판 표현을 지적한 한 언론 보도를 공개 비판했다.
그는 "여당 대표 표현을 지적하며 시비의 한 편에 서서 그것이 잘한 것인양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의 발언이 얼마나 큰 태풍을 불러올지 정국은 당분간 흔들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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