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임용대란과 공시생들로 발디딜틈 없는 노량진 학원가에서 보듯 대학에 들어가 지식을 쌓고 그것이 곧 안정적인 직장으로 연결되던 시대는 끝났다. 과거에는 개인이 보유한 지식의 양을 늘려 각종 기술과 자격을 취득하고 이를 토대로 유망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어 저축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안정적인 직장'이란 과거 산업경제에서 지식경제로 이행하며 엄청난 양의 일자리가 빠르게 창출되던 때, 대학 학위 소지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때에나 가능했던 이야기다. 그땐 개인이 한 직업을 가지게 될 경우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의 자신의 삶은 계획하고 예측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2015년 미국 인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1948년부터 2000년까지는 일자리 증가 속도가 인구 성장 속도를 1.7배 앞선 반면 2000년 이후로는 인구가 일자리보다 2.4배 빠르게 늘고 있다. 21세기 첫 10년간 미국에서만 일자리가 10만개 줄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7%로 미국의 10.4%보다 높았다.
인구가 일자리 수를 압도하고 직업의 생성과 소멸도 예측할 수 없을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은 사라지고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반가워할 소식은 아니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책은 이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평생직장으로 여기던 '직업'에 대한 관점을 버리고 새로운 접근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으로 사업가이자 비지니스 컨설턴트인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창업가 정신이다.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복잡성과 혼돈의 시대에선 창의적인 방식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직장을 그만 두고 나와 창업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 소속된 곳에서 창업가 정신을 구축하고 발휘하기 위해 투자하라는 의미다. 현재 직장이 평생 직장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위험부담 없이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하며 비즈니스 세계에 진입할 방법을 찾는데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고정된 틀에 얽매여 시스템에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창출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직업의 종말 = 테일러 피어슨 지음. 방영호 옮김. 부키 펴냄. 262쪽/1만5000원.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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