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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골프상식 백과사전 77] 미국서 퍼팅 코스, 파3 코스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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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30일 개장하는 파인허스트의 파3 코스 '요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파3 골프 코스나 피치&퍼트(P&P) 코스는 흔히 연습장의 일부로 여겨진다. 드라이빙레인지를 조성하고 부설 공간으로 파3 9홀을 만들곤 한다.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는 정원의 부속 시설로 이런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최근 유명 설계가를 초빙해 골프장과 함께 이용 가능한 색다른 시설로 등장시키고 있다.

8개 코스가 모여 있는 미국 최대의 골프 리조트인 파인허스트는 리모델링을 마친 4번(No.4) 코스를 다음 달 재개장하기에 앞서 그 코스의 일부로 만든 ‘요람(Cradle)’이라는 파3 9홀 코스를 오는 30일에 개장한다.

요람 코스의 두 개의 홀은 60야드가 채 안되고 가장 긴 홀도 128야드에 불과하다. 홀마다 꽤나 난이도가 있으니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코스의 설계자는 지난해 올림픽 코스를 디자인했던 길 한스가 맡았다. 4번 코스는 애초 미국 골프 클래식 시대의 거장인 도널드 로스가 설계해 1919년 개장했다. 이후 1973년 로버트 트렌트 존스와 1982년 리즈 존스가 보수했고, 2000년에 톰 파지오가 나서 전면 재설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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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스가 만든 파3 9홀 요람 코스는 총전장 789야드에 불과하다.


한스가 이를 17년 만에 새롭게 보강하면서 일부를 활용해 파3 9홀의 요람 코스를 만들게 됐다. 요람 코스는 697㎥ 너비의 퍼팅만 가능한 코스인 티슬두(Thistle Dhu)처럼 파인허스트가 가진 색다른 골프 체험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는 이처럼 작은 규모의 미니 코스들이 기존 골프 리조트 안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조던 스피스가 후원하는 텍사스대학의 6홀 코스 역시 이달 개장한다. 돔 도크는 이스트 콜로라도의 명문 골프장인 밸리닐에 12홀 짜리 파3 코스인 ‘멀리건’을 추가 개장했다.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코스디자인 회사 TGR를 통해 멕시코 카보 산 루카스에 조성한 18홀 코스 엘 카도널과 그 옆 빌라 단지를 돌아가면서 라운드 할 수 있는 파3 9홀 코스 오아시스를 지난해 개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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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멕시코의 빌라 사이에 조성한 파3 9홀 숏코스 오아시스.


미국 서부 이스트 오리건의 실비스밸리랜치에 파3 9홀 코스가 추가 조성됐다. 실비스밸리랜치 골프장은 1883년에 처음 조성된 미국의 유서 깊은 코스지만, 스콧 캠밸이 2010년에 크래독 코스로 확장해 개장했다. 하지만 이를 창의적인 설계가인 댄 힉슨이 18홀을 반대로 돌 수도 있는 한킨스 코스를 추가했다. 즉, 1~18번으로 라운드를 했다면 18번에서 1번까지 역순으로 라운드를 하면서 36홀의 골프 체험 효과를 주도록 조성된 이색적인 코스다.

꽤 많은 홀의 그린이 크래독-한킨스 코스에 병행된다. 크래독 1번 그린이 힉슨 17번 그린과 이어지는 식이다. 힉슨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처럼 한 개의 그린이 두 개의 코스에 동시에 활용되도록 했다. 힉슨은 여기에 파3 9홀 코스를 추가로 조성해 골프의 다양한 체험을 추가시켰다. 따라서 18홀 부지에서 36홀의 코스에 파3까지 이용할 수 있다.

파3 코스만이 아니라 피치&퍼트 코스, 혹은 퍼팅 전용 코스도 등장하고 있다. 태평양 연안 오리건에 위치한 골프리조트 밴든듄스 리조트는 2001년 처음 코스를 연 이래 퍼시픽듄스, 밴든 트레일스, 올드맥도널드 등의 4개 코스를 확대 개장한 이후 2014년 펀치볼(Punch Bawl)이라는 퍼팅 코스를 만들었다. 9290㎥너비에 톰 도크와 짐 어비나가 설계한 이곳에는 라운드를 즐기는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퍼팅으로 18홀을 돌기 때문에 한 시간 가량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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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가 톰 도크가 밴든듄스 리조트에 조성한 퍼팅 코스 펀치볼.


퍼팅 전문 코스 역시 색다른 발명품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리조트 단지인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옆에는 퍼팅 코스인 히말라야 퍼팅그린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행객들과 그 자녀들에게 골프에 대해 발 들이도록 유혹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명문 골프 코스와 리조트에서 이같은 색다른 파3 코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길 한스, 톰 도크 등 오늘날 이름값 높은 설계자들을 불러서 기존 골프장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짧은 부지를 활용한 파3 코스와 퍼팅 코스를 리얼하고 챌린징하게 조성하는 것이다. 골프장을 찾은 골퍼들에게 조금이나마 색다른 요소로 어필해야 재방문율이 높아진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이는 2012년 이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및 미국골프협회(USGA) 등 골프 단체들이 젊은 골퍼들을 골프장에 오도록 하기 위해 주창하는 ‘골프를 더 빨리’ 하는 캠페인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조차 자신이 공들여 조성한 오하이오의 뮤어필드빌리지에 12홀 스코어카드를 구비시켜 놓았다. ‘18홀이 아니어도 좋으니 일단 골프장을 많이 찾아달라’는 무언의 외침이었다.

미국에서의 이런 변화는 한국의 골프장 업계에도 시사점을 준다. 내장객이 줄어들수록 새로운 코스를 제시하고 새로운 고객을 끌어올 아이디어를 구현한다면 골퍼들은 반응한다. 다만 아직 한국에서 골프는 미국의 코스들처럼 절박하지 않을 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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