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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시진핑 집안은 재혼에 일가견 두번째 결혼서 짝만난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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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6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해외 순방길에 오를 때 항상 '퍼스트 레이디'인 펑리위안(彭麗媛)여사를 동반한다. 순방국에 도착해 대통령 전용기 문이 열리면 시진핑 주석은 펑리위안 여사의 손을 꼭 잡고 나타나 환영 인파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전용기에서 내려올 때도 손을 놓는 법이 없다. 서양과 달리 공개 석상에서 스킨십이 다소 낯선 동양에서 시 주석과 펑 여사의 이런 모습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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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남부 브누고보 공항에 도착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손을 꼭 잡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모습.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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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중국에서 잉꼬 부부로 유명하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에게 펑리위안 여사는 '두 번째 사랑'이다. 간혹 재혼해서 더 행복해지는 경우가 있다더니 시 주석이 그런 사례인 셈이다.

일본과 중국 매체를 종합하면 시 주석은 펑 여사를 만나기 전 주영(駐英)대사를 지낸 커화(柯華)의 딸 커링링(柯玲玲)과 결혼했다. 시 주석의 당시 나이는 칭화대를 졸업한 직후인 26세였고 커링링은 3살 많은 '연상녀'였다. 커화 대사는 시진핑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의 부하여서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의 자제들끼리 결혼한 셈이었다. 커링링은 키가 크고 미인이며 성격이 개방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둘의 결혼 생활은 약 3년 만에 깨졌다. 남녀 간 헤어진 사연은 둘밖에 모른다지만 커링링이 시진핑에게 "영국에 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매체는 "커링링이 당시 유학을 희망했다"며 "시진핑은 당시 당중앙군사위원회 비서라는 주요 직책을 맡았기에 둘 사이에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시진핑 입장에선 7년간 산시성 옌촨현 량자허촌으로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현장으로 보냄)됐다가 베이징으로 복귀한 뒤 행운처럼 얻게 된 중앙 정치무대였던 만큼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은 결국 자신의 정치적 야망과 출세를 위해 커링링과의 이별을 택했다. 커링링은 현재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매체는 "커링링은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등 해외 거주 경험이 있어서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등을 거의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시진핑 주석은 잠시 '돌싱남'으로 지낸다. 그는 허베이성 근무를 거쳐 1985년 푸젠성 샤먼시의 부시장으로 취임한다. 여기서 지인의 소개를 통해 만난 여인이 당시 중국 '국민 가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펑리위안 여사였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펑 여사는 인민해방군 가무단 소속 민족성악 가수였고, 그녀의 히트곡인 '재희망적전야상(在希望的田野上·희망의 들판에 서서)'이 중국 전역에 방송을 탔다.

그런데 시진핑은 하마터면 펑리위안을 못 만날 뻔했다. 당시 펑 여사는 시진핑 주석이 샤먼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주말 부부는 좋지 않다"며 '소개팅' 자체를 거절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주위에서 시진핑에 대해 '굉장히 훌륭한 남자'라는 말을 듣고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등 떠밀려(?) 소개팅 자리에 나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펑리위안이 시진핑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 군대 바지를 입고 나갔다"고 했다. 요즘 말로 당시 펑 여사에겐 시진핑 주석이 '노관심'이었던 모양이다.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펑리위안 여사의 시진핑 주석에 대한 첫인상은 '절망적'이었다. 20대 초중반의 펑 여사의 눈엔 30대 중반인 시 주석이 '촌스럽고 늙어 보여서 이 남자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진핑이 입을 뗀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상황을 토대로 둘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을 듯하다.

-시진핑: 성악에서 노래하는 방법은 몇 가지인가요?

-펑리위안: (뭐지? 보통 남자들은 내 출연료를 궁금해 하던데…)

-시진핑: 미안하지만 내가 TV를 잘 보지 않아서…. 당신은 요즘 어떤 노래를 부르나요?

-펑리위안: (뭐지? 내 히트곡도 모르다니…) '재희망적전야상'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시진핑: 아! 그 노래라면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좋던데요.

-펑리위안:(이 남자는 순수하고 생각이 깊은 남자일지도 몰라)

둘은 첫 만남에서 이야기 꽃을 피웠고 다음에 만날 날짜도 잡았다고 한다. 펑리위안 여사는 중국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이 첫 만남에서 40분도 안돼서 내가 자신의 배우자로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커링링과 달리 펑리위안은 시진핑의 일을 이해하고 협조적이었던 점도 이 둘을 이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시진핑은 결혼을 앞두고 펑리위안에게 "나는 행정을 담당해서 집안일을 신경 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자 펑리위안은 "바깥일을 잘 못하면 집안일도 잘 못하는 법"이라며 시진핑을 격려한 것.

펑리위안의 특급 내조도 유명하다.

시진핑은 2007년 상하이시 서기로 발탁되기 전까지 중국 공산당 정계에선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오히려 펑리위안은 인민해방군 가무단의 '얼굴'로 성장해 계급도 소장으로 승진하는 등 시진핑보다 더 유명했다. 펑리위안은 시진핑이 저장성에서 근무할 때 당시 주석인 장쩌민이 방문하자 베이징에서 공연을 마치고 항저우로 날아가 장쩌민 앞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여러 곡 불렀다고 한다. 장쩌민 당시 주석에게 남편인 시 주석을 잘봐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초특급' 내조를 펼친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장쩌민은 당시 펑리위안의 공연에 굉장히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펑리위안은 시진핑이 상하이 서기로 깜짝 승진해 중국 공산당 차기 지도부 후계자로 거론되자 이번엔 남편이 불필요한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며 노출을 최대한 자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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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환영 인파들을 향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드는 펑리위안 여사 모습. /사진제공=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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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가 지난 4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만찬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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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펑리위안의 내조도 빛을 발휘해 시진핑 주석은 2012년 국가주석이 됐고 다음달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있다. 펑리위안 여사는 '퍼스트 레이디'로서 사회공인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최근 인민해방군 군사예술학교 교장직 등 주요 보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대국 외교'를 펼치는 시진핑 주석의 곁에서 '내조 외교'를 활발히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고한 앞으로 5년 이상 시 주석과 펑 여사의 다정하고 금실이 좋은 모습을 언론 보도를 통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재혼은 시 주석만 한 건 아니다.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은 물론 친동생인 시위안핑도 모두 재혼했다.

[임영신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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