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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열흘간의 한가위 연휴가 다가왔다. 바쁜 일정 탓에 얼굴도 제대로 못 봤던 나머니씨 식구도 추석 연휴를 맞아 한 자리에 모인다. 예전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친척의 벌이는 '입 밖에 꺼내면 싸움이 된다'며 가급적 얘기를 꺼렸다. 하지만 올 추석에는 집안의 가장 큰 어른, 엄청나씨의 재산 관리, 은퇴 시기가 가까워진 나머니씨의 노후설계 방안 등이 주요 화제가 될 예정이다.
특히 엄청나씨는 최근 "주택연금 덕분에 용돈 걱정 없다"는 몇몇 친구들의 말에 귀가 솔깃해 있다. 주변에선 '아들 내외와 살면서 돈 쓸 곳이 어디 있냐'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 친구들과 모임을 해도 돌아가며 점심 한 턱은 내야 하고 차라도 한 잔 마시려면 밥값보다 비싸다. 아직 취업하지 못한 손주에게 가끔 몇 만원씩 용돈도 찔러주고 싶다. 이처럼 아들, 며느리에게 손 벌리지 않으면서 자잘한 씀씀이는 감당하고 싶다. 엄청나씨가 올 추석 '폭탄선언'을 준비하는 이유다.
◇'100세 시대' 버팀목 주택연금…가입자 연내 5만명 돌파=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한 기간 동안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상품명은 '연금'이지만 보유 중인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장기간 돈을 빌리는 일종의 대출이기 때문에 '역(逆)모기지론'으로도 불린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판매하며 주요 시중은행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금 수령액이 담보로 제공한 집값을 초과해도 가입자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계속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오래 살수록 유리한 구조다. 연금 가입자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약정된 연금을 100% 지급한다. 가입자가 기대수명보다 빨리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한 뒤 이미 연금으로 지급한 액수 외에 남는 돈은 유족에게 돌려준다. 어떤 상황에도 가입자가 손해보는 일은 없는 셈이다.
부모의 주택을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중요한 재산으로 여기는 국내 정서 탓에 주택연금 출시 초기에는 거부감이 컸다. 부모가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들과 딸이 가입 철회를 요구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었다. 그러나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더 윤택한 노후생활을 원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주택연금에 대한 실버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주택연금 가입자는 2007년 첫 출시 후 5년이 지난 2012년 8월에야 가입자 1만명을 달성했지만 증가세가 빨라지면서 올 6월말에는 4만5371명까지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5942명이 가입해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면서 연내 5만명 돌파도 가능할 전망이다.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만 71.8세로 70대가 47.3%로 가장 많고 60대가 36.5%로 그 다음으로 많다.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98만4000원으로 100만원에 육박하며 99%가 종신 방식을 선택한다. 담보로 맡긴 주택의 평균 가치는 2억8600만원이며 1억~3억원 미만 주택이 과반(56.3%)을 차지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큰 폭의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라면 자녀 입장에서도 부모 사후에 집을 상속 받기보다 주택연금 가입을 권유해 노후 지원 부담을 더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만으로 두렵다면…수익률 적당하고 안정성 높은 상품은=은퇴가 눈 앞으로 다가 온 나머니씨는 명절마다 마음이 무겁다. 내년 추석에도 월급을 받는 직장인 신분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은퇴 후 '연금 말고 돈 나올 곳이 없을지' 궁리하는 나씨에게 주변에선 "노후자금은 수익률이 적당하고 안정성은 높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베스트 추천 상품은 'TDF(Target Date Fund)'와 '인컴펀드'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 시점을 목표 시점(Target Date)으로 정하고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의 자산 비중을 조정하면서 돈을 굴려주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지난해까지 존재감이 미미했던 TDF는 올해 들어서만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폭풍 성장하고 있다.
인컴펀드는 배당주식과 고금리 해외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자산배분형 펀드다.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보다는 배당과 이자 등으로 정기적으로 수익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투자해 채권처럼 일정 기간마다 수익(Income)을 챙길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추구 상품이다. 올 상반기 몰린 신규 설정액만 5700억원 규모다.
자산 가치가 하락할 때는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인컴이 손실 보전의 역할을 해줘 어느 정도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자산 가치가 상승할 때는 정기적으로 기대되는 인컴에 더불어 자본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이나 연금만으로 노후대비가 어려운 노년층이라면 여유자금 운용을 고민해 볼만한 상품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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