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술/이안 해리스 지음·정유선 옮김/244쪽·1만4000원·메디치
한 가지 병을 오래 앓아보면 알게 된다. 치료법에 ‘유행’이 있음을. 몇 년 전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던 의사가 언제부턴가 TV에 출연해 “그 질환은 수술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상황, 흔하고 흔하다.
저자는 호주 출신의 정형외과 의사로 현재 뉴사우스웨일스대 의대 교수다. 20여 년 동안 외과수술 결과에 대한 과학적 검토를 연구해온 그는 서문에서 “로봇수술 등 새로운 수술법이 기존 것보다 낫고, 복잡한 수술일수록 효과가 크며, 환자에게 최선일 때만 의사가 수술을 권할 것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에 반박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위험성과 유효성을 따져본 뒤 환자의 수술을 반대하고 나서 후회한 적은 거의 없다. 수술 없이 상당히 치유된 환자, 미심쩍은 수술을 받고 잘못된 환자는 자주 봐왔다. 의사들은 대체로 자신이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의대가 가르치는 관행대로 수많은 수술이 ‘별문제 없이’ 시행되지만 수술의 실질적 유효성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선행하는 것을 무조건 원인이라 믿는 습관적 오류가 수술에 대한 맹신을 만든다고 했다. 수술 받지 않은 환자가 자연히 좋은 상태로 회귀하는 현상을 대조군으로 확인하지 않는 의료계 관행도 문제로 꼽았다.
“의학은 엄격한 과학적 대조군 테스트 없이 유효성을 가정한다. 일단 어떤 의료 행위가 효과적으로 ‘보이면’ 이 치료의 과학적 검증은 비윤리적 행위로 매도된다.”
책의 울림은 경험의 솔직한 고백에서 나온다. 수련의 시절 저자가 수없이 보조한, 종양 주변부까지 도려내는 유방절제술은 이제 예방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수술을 받은 환자가 20년 안에 암 재발로 사망할 확률이 종양만 절제한 환자와 다르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술에 대한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새 기술의 도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당부는 “수술의 위험과 이로움에 대한 근거를 ‘덜 인간적으로’, 객관적 시각으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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