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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책의 향기]예술가들의 사랑방 스타인의 파리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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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트루드 스타인이 쓴 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거트루드 스타인 지음/윤은오 옮김/424쪽·2만 원·율

동아일보

미국의 예술 작품 수집가이자 문학가, 모더니스트였던 거트루드 스타인(1874∼1946)의 자서전이다. 책은 스타인이 썼지만 내용은 동성 연인 앨리스 토클라스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스타인의 집이자 살롱이었던 플뢰뤼가 27번지는 모더니즘 예술의 산실이었다. 피카소와 그의 연인 페르낭드 올리비에,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 나이브 아트로 유명한 앙리 루소는 물론이고 미국인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등 당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선보인 온갖 인사들이 드나드는 ‘힙’한 장소였다.

스타인이 처음 살롱을 열었을 때 이들은 무명이었다. 마티스는 가난해 한겨울에 장갑을 끼고 ‘붉은 방’을 그렸다. 그러던 이들이 점차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루브르에 작품도 걸렸다. 그러자 잠시 일을 그만뒀던 가정부 엘렌이 호기심에 다시 일을 하러 돌아오기도 한다.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을 산 스타인에게 고마움도 표시할 겸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 지금은 유명한 작품이 된 ‘거트루드 스타인의 초상화’다. 언젠가 앨리스 토클라스가 피카소에게 “초상화가 맘에 든다”고 속삭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그림이 모델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하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결국 그녀가 그 그림을 닮을 거니까요.”

스타인은 1933년 파리 한복판 예술가들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이 출간됐을 때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막상 책을 본 마티스는 아내에 대한 묘사 방식에 화를 냈고 헤밍웨이는 ‘형편없는 책’이라 말했다. 그럼에도 스타인이 세잔의 작품을 구매하는 순간 화상 볼라르와의 대화처럼 예술계의 평범하고 생생한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를 멈출 수가 없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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