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의 ‘건국’ 인식
박정희·전두환 ‘정부 수립’과 혼용
“48년 건국” DJ에 진보 반발 없어
노 전 대통령도 임기 땐 별 의식 없어
퇴임 뒤 “정부 수립이 왜 건국인가”
진영에 갇힌 건국 논쟁 ① 건국 주역들이 본 건국
“올해는 건국 6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이명박 전 대통령, 2008년 6월 6일)
10년 간격을 둔 두 대통령은 모두 취임 첫해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여파는 달랐다. DJ의 발언은 당시 별 논란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경우 건국절을 둘러싼 보혁 갈등으로 번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건국과 정부 수립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대통령 연설문을 통해 대통령들의 건국 인식을 분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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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은 둘을 구분하지 않았다. 78년 2월 “금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3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며 “건국 후 십수 년간을 우리가 혼란과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한 시기였다”고 연설한 게 대표적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유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국’을 주로 썼다. 8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40년을 맞는 이제 ‘민주, 번영, 통일의 시대’를 흔들림 없이 열어 가자”고 말했다. 반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은 48년을 건국이나 정부 수립 시점으로 못박지 않는 대신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시정부를 세워) 자유, 평등,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 건설에 나섰다”고 말했다.
DJ는 ‘제2의 건국’과 연계해 48년을 건국 시점으로 강조했다. 다만 정부 수립 표현과 혼용했다. 98년 6월 ‘대한민국 정부 수립 50주년’ 홈페이지 인사 글에서 “우리는 올해로 건국 50주년을 맞았다”고 적는 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광복절 축사에서 “(광복)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때부터 두 단어를 두고 보수·진보가 충돌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행사명을 ‘제63주년 광복절 및 대한민국 건국 60년 경축식’으로 정한 걸 두고 일부 독립운동 단체와 야당, 진보 진영이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행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이 무렵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는 그 전부터 영속적으로 존재해 온 것인 만큼 정부를 수립한 날을 왜 건국이라고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5년을 기점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2013년과 2014년 광복절엔 정부 수립이라고 했지만 2015년부터 건국이라고 말했다. 그해 국정교과서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개념을 구분했다. 올 8·15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며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건국 68주년’ 발언을 두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했었다. 하상복 목포대 정치학과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역사가 정치적 투쟁의 중요한 영역으로 들어오게 됐다”며 “이후 대통령들의 ‘건국’ 발언엔 이데올로기적인 싸움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강홍준·고정애·문병주·윤석만·안효성·최규진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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